‘아이돌 출신’들의 ‘빚 정산’ 하소연, 제작자는 ‘씁쓸’ [이슈&톡]

김지하 기자 2024. 2. 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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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연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강혜연은 최근 한 경연 예능에 출연해 그룹 이엑스아이디(EXID), 베스티로 활동하며 받은 마지막 정산 때 빚이 1인당 1억이 넘었다고 털어놨다.

그룹 헤일로 출신 조성호(활동명 디노)는 지난해 한 예능에서 군 입대 전 첫 정산을 받았는데, 5년 활동 수익이 58만 원이 전부였다고 고백했다.

이들 외에도 가수 김우석은 그룹 업텐션 활동으로는 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고,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에 합류한 후 첫 정산을 받았는데 데뷔 5년 만이었다고 전했다. 업텐션 활동은 사실상 마이너스였음을 밝힌 셈이다.

K팝 가수를 꿈꾸는 연습생들의 목표가 ‘데뷔’라면, 데뷔한 아이돌들의 절대 목표는 ‘정산’이다.

연습생 기간 동안 들어간 트레이닝 비용 등을 비롯해 음반 투자금, 활동 기간 동안 들어간 실비 등을 다 갚고도 수익이 나면 비로소 정산을 받을 수 있는데, 활동을 하며 그만큼의 수익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제작비가 크게 증가하며, 상위에 해당하는 소수의 아이돌 그룹을 제외하고는 앨범을 낼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데뷔 2개월 만에 정산을 받았다는 그룹 뉴진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특이’ 케이스다.

한 중소 기획사의 대표 A씨는 “싱글 기준으로 앨범을 제작해 활동하는데 최소로 잡는 비용이 5억”이라며 “일단 앨범을 내고 방송 활동을 하는 것까지는 다 투자로 잡히는 비용”이라고 전했다.

홍보, 마케팅, 매니지먼트 등 회사 직원들의 급여를 제외하고라도 곡비, 편곡비, 재킷 등 디자인비용과 뮤직비디오 장소 대관 및 촬영비, 음원과 음반 유통비 등 다양한 항목에서 돈이 들어간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컴백을 한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다. A씨는 방송 무대에 한 번 오르는 데에는 또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최소 거마비 정도를 받고 홍보 차원에서 방송 무대에 오르는데, 매 무대마다 들어가는 헤어, 메이크업 비용과 의상비, 안무팀 섭외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A씨는 “특히나 인건비가 많이 올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소로 꾸린다고 해도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서 중소 기획사 기준 앨범 하나가 잘못되면 도산 위기를 겪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렇게 활동을 시작한 음원이 인기를 끌어 행사 수요가 늘고, 광고 촬영이나 해외 공연 등 스케줄을 잡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했다. A씨는 행사의 경우 코로나 이전의 분위기가 아직도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광고나 해외 스케줄의 경우도 경쟁이 치열해져 제값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아 어렵다고 토로했다.

활동을 할수록 빚이 쌓이는 구조라지만, 그래도 시간은 간다. 새 앨범을 내지 못하고, 앨범을 내도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근근이 들어오는 지역 행사를 소화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소위 ‘마의 7년’으로 통하는 데뷔 7년째 되는 해를 맞이하게 된다.

이 해에 제작자와 가수 모두 전속 계약 만료 후에도 그룹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갖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최정상급 아이돌의 경우는 최근, 그룹 유지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추세다. 개인 활동은 각자 진행하더라도 그룹 활동을 원 소속사에서 진행하는 계약을 맺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룹 활동이 수익을 낼 수 있을 때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7년을 기점으로 사라진다. ‘아름다운 이별’을 공지하고 흩어진다. 그룹 활동을 유지하는 대신 솔로 가수로 재데뷔하거나, 배우 또는 유튜버로 전향해 연예 2막을 연다.

홀로 활동을 하다 주목을 받게 될 때, 혹은 ‘추억 팔이’를 소재로 삼은 유튜브를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게 ‘정산’ 이야기다. 앞서 짚었듯, 정산 대신 빚만 남은 내역을 확인했단 호소가 많다. 일부는 활동 당시 겪은 생활고를 호소하기도 한다.

연습생 생활까지 더해 10년 가까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생각하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방송 등을 통해 접하는 제작자들에겐 참 씁쓸한 이야기다.

아이돌이 시간과 노력을 썼다면, 제작자들은 시간과 노력에 더해 ‘돈’도 들였다. 빚이 적힌 마이너스 정산서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는 없다. 7년 동안 활동을 해도 남은 빚은 제작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이 부분을 짚어주며 고마움을 드러내는 아이돌 출신들은 많지 않다.

중견 기획사 이사 B씨는 “활동하는 아이돌 중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엔터판이 대형 기획사들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며 중소 기획사는 더 설 자리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외치며 아이돌 제작에 뛰어드는 제작자들이 여전히 많다. 연습생들이 데뷔를 바라는 만큼, 제작자들 역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이돌을 론칭하는 게 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표현을 쓰면서도 도전장을 내미는 제작자들에게도 관심과 응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B씨는 손해를 보고 싶은 제작자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빚만 남았다’는 호소를 전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지만, 자신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제작자들의 노력을 잊지 말고 함께 조명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MBN '현역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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