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가게 취직한 햄스터” 조회수 200만…챗GPT에 열광하는 이유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2024. 2.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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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도미노피자에 취직한 햄스터를 그려달라’고 요청해 받은 결과물. 인스타그램 @ai_haemster
‘배스킨라빈스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미노피자에 취직했다가 발자국이 찍힌 피자를 만들어 사장님에게 혼나는 햄스터’, ‘마라탕을 먹으며 스트레스 푸는 고슴도치’가 나타났다.

이는 챗GPT(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에 질문을 던져 얻은 결과물이다. 최근 챗GPT에 실현 불가능하거나 창의적인 질문을 해 상상력을 실험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햄스터의 도미노피자 취직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232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AI햄스터’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신은정 씨(23)는 오픈AI의 챗GPT 4.0 유료 버전을 사용해 이 영상을 만들었다.

신 씨는 “이미지 제공은 유료 버전에서만 이용 가능하다”며 “챗GPT 4.0의 이미지 생성형 AI 달리(DALL-E)나 개인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는 GPTs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쉽게 챗GPT 유료 결제만 하면 만들 수 있는 영상들이 좋은 반응과 흥미를 끌더라”며 “사람들에게 친숙한 햄스터로 콘셉트를 정했다”고 말했다.

챗GPT에 ‘더 긴 롱패딩을 그려달라’고 요청해 받은 결과물. 인스타그램 @ai_gonetoofar
또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 ‘광기의 쳇지피티’는 챗GPT가 어디까지 그려낼 수 있는지 한계를 확인한다. ‘롱패딩을 그려달라’고 요청한 뒤 원하는 결괏값이 나오자 ‘더 긴 롱패딩을 그려달라’고 계속 주문한다. AI는 도시를 덮을 만한 롱패딩을 그려낸다.

간혹 AI는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알탕을 그려달라’고 요청하자 알파벳 ‘R’이 들어간 탕을 보여주는 등 학습되지 않은 정보에 오류를 내는 모습이다. 이 영상은 조회수 351만 회를 기록했다.

해당 계정을 운영하는 이정복 씨(29)는 “평소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제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남들도 재미있어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계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챗GPT에 ‘한국 음식 알탕을 그려달라’고 요청해 받은 결과물. 인스타그램 @ai_gonetoofar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이유를 재미 및 창작의 욕구 충족 등으로 분석했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AI 기술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창작 욕구 만족을 제공한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크리에이터로서 훌륭한 이미지를 창작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의 챗GPT가 ‘불쾌한 골짜기(The uncanny valley·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단계를 넘어섰기에 사람들이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김보름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골짜기를 넘어서기 위한 핵심적인 요인은 ‘실용성’인데, 챗GPT를 실제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함으로써 불쾌한 골짜기가 더 이상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용성의 이점으로 인해 불쾌한 골짜기를 논의하는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재 교수도 “이미지 생성형 AI가 추구하는 목적지는 ‘실제와 똑같은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 이미지’를 지향하는 것이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실물 대비 미세한 차이로 인한 불쾌한 골짜기 개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챗GPT에 ‘배스킨라빈스에 간 김정은을 보여달라’고 요청해 받은 결과물. 인스타그램 @ai_gonetoofar
AI를 활용하는 창작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영재 교수는 “AI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 즉 제작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의 창작에 있어서 더욱 중요해진 인간의 역할은 ‘창작자가 AI에 어떤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 ‘어떤 AI 결과물을 선택할 것인가’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의 지식, 경험, 세계관, 인문학적 상상력이 창작물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름 교수도 “이제는 단순히 흥미나 호기심은 넘어선 단계”라며 “챗GPT가 편리한 도구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창작자의 역량이 재미를 좌우한다”고 했다.

‘광기의 쳇지피티’ 계정 운영자 이 씨도 “스토리를 예측 불가능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챗GPT를 사용하다 보면 예측과 다른 결과물을 얻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을 즐기며 스토리를 짠다”고 말했다.

‘AI 햄스터’ 계정 운영자 신 씨는 “스토리를 생각할 때 너무 잔인한 장면, 성인물, 정치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아예 배제한다”며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영상 길이의 한계도 있기에 한 장의 이미지를 생성할 때 되도록 누구든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려고 한다. 떠올린 상상을 챗GPT에 정확하게 요청해야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이미지들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두곤 아직 논의가 분분하다. 김보름 교수는 “상업적 이용에 관해선 아직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라며 “앞으로 수익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야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어디까지를 창작자의 고유한 기여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유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AI가 학습하는 데 사용하는 방대한 데이터, 즉 원래의 데이터를 생성한 원저작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이슈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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