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삭감 비판 ‘입틀막’ 처음 아니다…작년엔 버스로 가로막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알앤디 예산 삭감'이 촉발된 날인 지난해 6월28일은 국가 연구개발 예산 제출 법정 기한 2일 전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대통령 발언 이전에 작성했던 알앤디 예산요구안(6월 원안)을 제출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과기정통부는 "내부 검토자료를 제출할 필요 없다"고 버텼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알앤디(R&D·연구개발)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알앤디 예산 삭감’이 촉발된 날인 지난해 6월28일은 국가 연구개발 예산 제출 법정 기한 2일 전이었다. 이후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과학인들을 ‘입틀막’(입을 틀어 막음) 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이 끌려나간 사건 이전에도 정부가 눈과 귀를 닫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2일. 알앤디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과학기술인들은 단체로 봉쇄를 당했다. 그날 전국공공연구노조와 ‘국가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소속 연구자들은 윤 대통령이 참석한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기념행사’ 행사장 건너편에서 피켓 시위를 하다 봉변을 당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대형버스 3대를 동원해 막아선 것이다.
당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행사장 건너편에서 음향시설조차 사용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평화롭게 피켓 시위를 했는데 대통령 탑승 차량이 멀리서 보이는 순간 별안간 대통령 경호처가 대형버스 3대를 순식간에 이동시켜 집회 참석자와 모든 피켓을 가렸다”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대처할 틈도 없이 봉변 당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틀막’ 태도는 정부의 알앤디 예산 삭감 과정과 이후 국정감사에서 관련 자료 제출 거부 등에서도 드러났다. 대통령 발언 직후부터 정부는 일사불란하게 ‘삭감 압박’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29일 감사원이 ‘알앤디 카르텔’ 점검을 명분삼아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 10여개 연구관리 전문기관 현장감사에 착수했으며, 다음날인 6월30일에는 기획재정부가 경제인문사회위원회 소속 26개 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계 25개 출연연구기관에 “7월2일까지 고유 및 일반 사업비의 30%, 20%를 각각 삭감한 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6월30일은 금요일, 7월2일은 일요일이었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2조의2(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의 배분․조정 등)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의 배분 방향과 배분·조정 내역, 출연연구기관 예산의 배분·조정 내역 등을 마련한 뒤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매년 6월30일까지 기재부 장관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대통령 발언 이전에 작성했던 알앤디 예산요구안(6월 원안)을 제출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과기정통부는 “내부 검토자료를 제출할 필요 없다”고 버텼다.
김종유 전국공공연구노조 조직국장은 “연구자들의 평화 시위조차 막아버리는 대통령실의 모습을 본 뒤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이같은 기조가 최근 카이스트 졸업식 입틀막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이탈 첫날, 굳게 닫힌 의사실…“아이 입원할 병원이 없어요”
- 이준석에 총선 ‘전권’, 이낙연은 ‘퇴장’…“전두환이냐”
- ‘입틀막’ 윤 대통령과 정반대…“오바마는 항의 끝까지 들어”
- “의사 없으면 환자도 없다”…버려진 히포크라테스 선서
- ‘공흥지구 의혹’ 수사 의지 실종…공수처·경찰·검찰 ‘폭탄돌리기’
- 성소수자 축복 목사 쫓아낸 감리회, 2심 재판서도 ‘궤변’
- 김영주 국회부의장, 민주당 탈당…“하위 20% 통보에 모멸감”
- 이러다가 ‘2월 매화축제’…반가운가요? 곤충도 식물도 안 반갑대요
- 푸틴 저격수 주검, 교도소→36㎞ 거리 마을→병원…“멍 발견”
- 푸바오 마지막 보는 날 3월 3일…유채꽃 실컷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