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통진당, 국회 점령하나[이현종의 시론]

2024. 2. 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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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北 김정은 대남 통일 전략 폐기
南 종북 단체들은 잇따라 해산
반미 종북 괴담 세력 국회 진출
진보당 등 민주당과 총선 연합
2012년 통진당과 연합 데자뷔
국민이 이들 국회 진출 막아야

지난 2011년 9월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소득계층 1%의 탐욕이 가져온 금융위기가 고스란히 99%에 돌아갔다며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촉구하는 시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항의하는 이 시위는 세계 각국으로 번졌다. 역설적으로 13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는 ‘반미·종북·괴담’ 세력이 22대 국회에 진입하기 위한 ‘국회를 점령하라’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재규정하고 “유사시 핵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벌여온 대남 통일 전략을 완전히 폐기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관련 단체를 모두 해산시켰다.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없애 버렸다. 김일성, 김정일이 해 왔던 통일 정책도 완전히 폐기해 버린 것이다. 핵보유국의 자신감일 수도 있고, 더는 윤석열 정부가 호락호락하게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동안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며 국내에서 통일 운동을 벌여왔던 단체들이 김정은 지령에 복창이라도 하듯 잇따라 자진 해산했다.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는 17일 해산총회 및 새로운 반제자주운동연합체 건설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뿐만 아니라 6·15선언 남측본부도 해산한다고 한다. 그동안 자신들이 북한의 지시에 의해 움직여 왔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통일 운동 대신 반미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가겠다고 한다.

이들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곳이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한미동맹 해체, 한미합동군사훈련 철폐를 주요 활동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반(反)대한민국 주장을 하는 집단이 더불어민주당을 숙주 삼아 22대 국회에 대거 입성을 노린다는 현실이다. 진보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 결정으로 없어진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자신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석기, 이정희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 과거 핵심 멤버인 김재연(경기 의정부을), 이상규(서울 관악을) 전 의원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진보당은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의 한 주체로 들어와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83곳의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민주당 측에 선거연합으로 15곳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2석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친북·반미 성향의 연합정치시민회의도 비례의석 상당수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경남진보연합 관련자들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 대표가 열어준 길에 종북 세력이 올라타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이 통진당과 선거연합을 해 69개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냈고, 통진당이 13석을 얻었던 때보다 이번 선거연합은 훨씬 더 악성이다. 당시 통진당 강령에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동맹 파괴 등이 명시돼 있었지만, 민주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당시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이번엔 위성정당 지분의 상당 부분을 이들이 가져가고 지역구에서 당선된다면 반미·종북·괴담 세력이 원내교섭단체가 가능한 20석이나 의안 독자 발의가 가능한 10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도발을 ‘통일 전쟁’ ‘정의의 전쟁’ 운운하는 세력이 버젓이 국회를 점령한다면 김정은만 좋아할 일이다. 최근 북한의 대남 노선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들의 국회 진출에 숙주 노릇을 하는 것은 이 대표다. 사법 리스크 방어와 대선 도전을 위해 종북 세력에게 국회 한 부분을 떼어주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충북간첩단 사건 관련자 3명이 재판 지연 전략으로 2년 4개월 만에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다른 간첩단 사건 관련자들은 대부분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정보원법 개정으로 국정원의 간첩 수사권을 폐지하더니, ‘이재명의 민주당’에선 이들을 아예 국회에 들이자고 한다. 이런 반역을 막을 사람은 이제 유권자밖에 없다.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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