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프리미엄, 제약·바이오 평균 240% 달하는데... 한미는 0%”
한미家 장남 “한미사이언스, 4만여 주주 권익 무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매각 없어… 비교 불가”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 때 경영권 프리미엄률이 평균 24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 과정에선 한미사이언스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되지 않았다. 한미약품그룹 장남 측은 “4만여 주주의 권익이 무시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19일 한울회계법인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현재까지 5년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100억원 규모 이상의 제약·바이오 기업 양수도 계약을 전부 조사한 결과 경영권 프리미엄률은 평균 239.2%로 나타났다. 경영권 프리미엄률은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시장가치(주가)보다 얼마나 더 높은 인수 대금을 책정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가장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률을 기록한 것은 녹십자홀딩스가 2022년 미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업체인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한 사례였다. 녹십자홀딩스는 1418.23%라는 경영권 프리미엄률을 적용해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했다.
대원제약이 극동에이치팜을 2021년 M&A할 때도 경영권 프리미엄률은 362.4%였다. 같은 해 CJ제일제당이 미생물 정보분석 기업 천랩을 인수할 때도 경영권 프리미엄률 381.6%를 적용했다. 최근 1년으로 좁혀도 48개 상장사가 인수기업에 평균 59%의 경영권 프리미엄 비용을 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과정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되지 않았다.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상대로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3만7300원이다.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의 지분 매도 가격도 1주당 3만7000원이다. 두 그룹의 통합을 발표하기 전날(2024년 1월 11일) 한미사이언스 주가 3만7300원과 차이가 없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오른다. OCI홀딩스가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할 때도 64.2%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룹 통합에 따라 한미사이언스가 지주사 지위를 잃으면 보유한 한미약품 주식과 헬스케어 사업 등의 기업가치만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진행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오는 21일 관련 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을 연다.
임종윤 사장 등은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었던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과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을 바꿔치기 한 셈”이라며 “기관과 4만여 주주의 권익도 무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다른 제약·바이오 M&A 사례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의 통합은 양 그룹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 모델이므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한미약품그룹은 또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2명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구주를 매각한 행위가 왜 소액주주의 손실로 귀결되는 것인지 논리적 모순이 있다”며 “오히려 통합 계약 전후 주가는 변동이 없거나 크게 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흔들림 없이 이번 양 그룹 간 통합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며 “통합 시너지로 두 그룹의 미래가치를 더 키우고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OCI그룹과의 통합으로 시작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을 위한 주주제안권도 행사했다. 다음 달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의 표 대결 결과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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