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AI '소라' 내놓자 이것 가격도 '급등'…이유는?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 ‘소라’를 내놨습니다. 명령어를 글로 입력하면 이를 영상으로 변환해주는 멀티모달 AI입니다. 기존의 영상을 생성하는 AI 모델이 4초 정도 길이의 영상을 만들었는데, 소라는 1분 정도 길이의 영상을 만들어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오픈AI는 자사 웹사이트에 소라를 활용한 영상을 여러 개 올려놨는데요. 눈밭을 성큼성큼 걸어오는 매머드의 모습과 커피잔 속에서 거칠게 전투를 벌이는 해적선의 영상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텍스트 명령어를 해석해 만들어낸 영상의 품질이 훌륭했습니다. 소라의 등장으로 글과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은 물론 영상도 척척 만들어내는 멀티모달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영화감독 등 영상 제작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소라에 밀려 일감을 잃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업계에서도 오픈AI가 화제가 됐습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의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월드코인’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월드코인은 샘 올트먼이 공동 창업한 프로젝트로 AI와 사람을 구분하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수단이 월드코인(WLD)인 것이죠.
올트먼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월드코인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일반인공지능(AGI) 시스템이 삶에 통합될 경우 생기는 문제를 월드코인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가 고도화된 시대에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고, 일자리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UBI)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월드코인은 ‘오브’라는 이름의 홍채 인식 기기를 개발해 홍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300만명이 홍채 데이터를 제공하고 월드코인을 받고 있습니다.
월드코인의 가격은 최근 며칠 새 급등하고 있습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월드코인 가격은 개당 3000원대를 횡보하다 18일 기준 8000원대로 치솟았습니다. 며칠 만에 2.5배 가량 급등한 것이죠.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단숨에 88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소라의 등장과 월드코인 가격의 급등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계속 새로운 AI 기술을 내놓으며 생성AI 시장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는 오픈AI의 기업가치와 샘 올트먼의 존재감이 월드코인 시세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는 작년 11월부터 시작한 직원 보유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하는 거래를 최근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800억달러(106조원)로 평가받았습니다.
오픈AI는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2250억달러)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1500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치 있는 비상장 기업이 됐습니다. 여기에 샘 올트먼은 최근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최대 7조달러(9000조원) 규모의 투자자금 모집에 나섰습니다. 계속해서 ‘큰 일’을 벌이고 있는 샘 올트먼의 광폭 행보에 맞춰 그와 관련된 사업들도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월드코인과 관련해 최근 한국 기업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업 체인파트너스가 ‘차세대 오브’ 개발 파트너도 선정된 것입니다. 체인파트너스는 1000개 기업과의 경쟁을 거쳐 2세대 오브 개발 프로젝트를 따냈습니다.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올트먼의 말처럼 향후 AI와 사람을 구분하고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지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올트먼과 오픈AI의 후광으로 월드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는 투기적 성격을 보인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습니다. 앞으로 홍채 데이터 수집이라는 민감한 사업을 벌이는 월드코인이 세계 각국 정부와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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