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K를 뗀다면?" 평론가들이 말하는 K팝의 현재와 미래 [ST창간기획-가요②]

윤혜영 기자 2024. 2. 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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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라이즈 / 사진=각 소속사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대한민국의 대중가요' K팝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2000년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힌 K팝은 2010년대 후반,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전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빌보드 점령, 스타디움 투어, 외국 시상식 입성 등 상업적인 성공이 이어지며 최초, 최고, 최다 기록이 쏟아졌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문화적인 힘까지 키운 K팝은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다만 'K팝 위기론'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가장 큰 골자는 '포스트 방탄소년단' 부재에서 비롯된다. 방탄소년단의 '군백기'로 인한 공백이 본격화되며 K팝 시장 역시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일부 시장이 역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K팝 팬덤 구조가 코어 팬덤 위주라 라이트 팬들로 인한 확장성이 부족한 탓에 K팝 산업이 위기를 맞은 게 아니냐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현재 K팝 산업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위기론'에 직면한 K팝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스포츠투데이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대중음악 평론가들에게 K팝 산업의 현 주소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은 "K팝 산업은 현재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음반 누적 수출액은 3000억 원 이상을 넘어섰다. 빌보드, UK 오피셜 차트 등 영미권 주요 음악 차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 프로그램과 페스티벌 무대에서 K팝 음악가들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K팝 제작 생산 구조가 완전히 자리잡았으며 전략적으로 팬덤을 확보하는 경로도 이제는 정형화됐다"고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대형기획사 위주의 시스템, 인구 감소 등은 위기의 요인이라고 봤다. 김 평론가는 "다만 이 성공이 대형 기획사들에 치중돼 있고 중소기획사들의 K팝은 레드오션으로 치열한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대형기획사들도 경영 문제로 휘청거리는 경우가 보인다. 또한 인구 감소로 인해 연습생 모집 및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꾸준히 제기되는 인권 침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산업의 규모로도 영미권, 일본 시장에 집중하다보니 동남아시아 및 유럽 등 긴 시간 K팝이 인기를 누렸던 지역의 수익이 감소세인 것 역시 위기감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또한 K팝 시장의 미래 과제도 전했다. 김 평론가는 "K팝은 글로벌 오디션 및 영미권 음악 시장 진출을 통해 K팝이 다져온 연습생 육성 및 데뷔, 그룹 운영 시스템을 해외에 이식해 꾸준한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전문 경영인 선임 및 해외 작곡가들을 연결하는 A&R 시스템 확충을 통해 일정한 양과 질의 음악을 생산해내고자 여러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팬 플랫폼 개발, 월드 투어 진행, 머천다이즈 생산 등 K팝 산업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의 중심에 창작 활동이 있음을 유념해 수출품, 공산품으로의 K팝 대신 예술의 영역에서 성과를 남기고자 하는 사고방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조은재는 팬데믹 종식과 공연 시장의 부활을 언급하며 "공연시장은 음악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시장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으면서 대중음악 산업 또한 심각한 정체기에 놓여있었다. 2022년부터 여러 공연들이 서서히 재개되고, 2023년에는 팬데믹 이전과 마찬가지로 해외 투어와 페스티벌 등 대규모 공연이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팬데믹 종식만을 기다리던 4세대 아이돌들이 본격적으로 공연시장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세대였던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뿐만 아니라, 여러 4세대 아이돌이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서거나 아레나, 스타디움 등 대규모 공연장에서의 투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평론가는 특히 '음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2020년 초부터 콘텐츠 산업이 다각화 되고 플랫폼이 분화되면서 K팝이 전만큼의 파급력과 집중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두돼 왔다. 그러나 2022년 아이브, 뉴진스 등 걸그룹 열풍이 시작되고, 2023년에는 보이그룹도 'Get a Guitar'(라이즈) 등 히트곡으로 주목받아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결국 뮤직 퍼포먼스와 공연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콘텐츠나 장르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AI나 메타버스 등 신기술이 전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K팝이다. 오히려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는 처참한 수익성만 증명하고 사라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5세대론'이나 '버츄얼 아이돌' 같은 키워드를 혁신적인 마케팅 용어로 사용하는 사례는 많지만, K팝은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그래왔던 대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더 이상 팽창할 시장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팽창하지 못해서 사장될 수준도 아니다. 그 정도 규모는 한참 지나왔고, 이제 전세계 어디서든 주류로 꼽히는 장르가 됐다. 이제부터는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성장과 내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일본이 아직까지도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게임의 고향으로 인식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박국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K팝은 K를 떼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더욱 팝에 가까운 음악 색을 추구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국적을 초월해 K팝의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이식하려는 걸 수도 있다. 실제로 하이브는 작년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정국 등의 곡과 게펜레코드와의 합작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둘 다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은 내수시장 규모와 떨어지는 출산율 앞에서 해외로 나가는 건 필연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K를 떼고 난 후의 K팝도 전처럼 사람들에게 독특하고 새로운 음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2024년은 이를 실험하는 해가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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