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내려놓고 있어요” 1차지명→28홀드→호주 유학→5선발 후보…삼성 팬들이 기다리는 22세 좌완, 여유가 생겼다 [MK오키나와]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2024. 2. 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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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투수 이승현(22)은 경복중-대구상원고 출신으로 2021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삼성의 기대주.

2021시즌 41경기에 나와 1승 4패 7홀드를 기록한 이승현은 2022시즌 58경기 2승 4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 4.53을 기록하며 데뷔 첫 세이브 달성은 물론,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를 챙기며 필승조로 활약했다.

삼성 이승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이승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나 지난 시즌 48경기 1승 5패 5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 4.98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 시즌 초반 부진하던 오승환을 대신해 마무리 역할을 맡을 정도로 신뢰가 컸지만, 이승현은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승현은 시즌 종료 후 구단에 선발 도전 의사를 전했고, 구단도 그의 의사를 존중했다. 이승현은 시즌 종료 후 호주야구리그(ABL)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에 파견돼 선발로서 공을 던지고 왔다. 6경기 25이닝 1패 평균자책 4.32를 기록했다. 기록은 아쉽지만, 삼진을 24개나 잡았다. 한 경기당 평균 4개는 잡은 셈.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최채흥, 황동재, 이호성과 치열한 5선발 싸움을 펼치고 있다. 최채흥과 황동재가 연이은 부진을 거듭하는 사이 이승현은 18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에서 인상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삼성 이승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12일 닛폰햄 파이터스와 경기에서는 2.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3볼넷 3실점을 기록했던 이승현은 요미우리전에서는 3이닝 3피안타 1사사구 2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3-11로 패했지만, 이승현의 피칭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경기 후 만난 이승현은 “내 공을 던질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운을 떼며 “맞더라도 볼을 던지지 않았다. 불리한 카운트 때 직구를 던지면 상대 타자들이 치지 않냐. 그럴 때 커터를 던진다던가, 다른 방법으로 카운트를 잡는 방법에 대해 연습을 많이 했는데 잘 통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이승현의 투구 수는 53개. 직구 34개, 커터 14개, 커브 5개를 골라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나왔다.

이에 이승현은 “구속은 147km 보다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타이밍에서는 더 세게 던질 자신이 있다”라며 “이날 최대 투구 수는 60개까지 잡아놨었다. 조금씩 투구 수를 늘려갈 생각이다. (정민태) 코치님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 코치님의 계획에 맞게 움직이겠다”라고 말했다.

삼성 이승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3년간 불펜에 있으면서 꽤나 큰 부담감을 겪었다. 공의 위력은 누구나 알다시피 말할 필요가 없지만, 제구 난조 속에서 웃지 못했다. 그래서 선발 전향을 택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이닝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다 보니 공도 좋아지고 있다. 선발로 나가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던지면서 자기 감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보인 바 있다.

이승현은 “물론 다 잘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불펜에 있으면서 한 점, 한 점이 나에게 의미가 컸다. 한 점으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 않냐. 작년과 재작년에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그런 상황에서 시즌 종료 후 다녀온 호주리그 파견은 이승현의 야구 인생에 큰 울림을 줬다.

삼성 이승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는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었다. 가서 연습도 많이 하고, 한국에서 안 해봤던 것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선수들, 또 출신 나라가 다 다르다 보니 그 선수들을 보면서 ‘내 걸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3년 동안 불펜 투수로만 활약했으니, 아직 선발로 나서는 게 익숙해진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는 “아직도 선발은 어렵다”라고 웃으며 “마운드에서 조금씩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스트라이크 던져야지’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정민태 코치님께서 ‘타자가 다 친다고 안타가 되는 게 아니야’라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난 후 크게 보고 던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선발 전향 성공 가능성을 묻자 이승현은 “자신 있다고 하면 건방져 보일 수 있다(웃음).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다. 절대 지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며 “올 시즌 목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특별한 수치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수치를 목표로 세우면 항상 그것만 생각하게 되더라. 늘 목표를 세워두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수치만 생각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늘 열심히 준비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삼성 이승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팬들이 기대하는 이승현의 4년차 시즌, 부담감을 떨쳐내고 5선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오키나와(일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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