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독자적 AI 신약개발 시스템 구축…'화합물 8억종' DB화

전다윗 2024. 2. 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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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준비 끝에 자체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 구축 완료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화합물 8억종의 분자 모델을 전처리를 거쳐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재료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내는 독자적 'AI 신약개발 시스템'까지 구축했다고 19일 밝혔다. 향후 전임상, 임상, 시판 등 신약개발 전주기로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연구원이 AI 신약개발 시스템으로 통해 신약 후보 화합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이러한 DB와 신약개발 시스템을 결합해 비만과 당뇨, 항암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실제로 비만과 당뇨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자체 AI 시스템으로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 단계에 돌입시키는 데 단 두 달이 걸렸다"며 "연구원들이 1년 넘게 고민하던 난제를 AI를 통해 해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AI 시스템을 활용해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를 통해 특허까지 가능한 선도물질을 확보하는 데 6개월이 걸렸는데, 기존 방식으로 진행했을 경우 최소 1~2년 소요될 프로젝트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대웅제약이 분자 모델 DB에 붙인 이름은 '다비드(DAVID)다. 다비드(다윗)는 골리앗을 일격에 쓰러트린 성서에 등장하는 영웅이다. 신약개발 경쟁에서 AI로 글로벌 빅파마와 겨루겠다는 연구원들의 의지를 담았다.

8억종이라는 수치는 지난 40여 년간 대웅제약이 신약연구를 통해 확보한 화합물질과 현재 신약 개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화합물질의 결합체다. 세계적으로 공개된 화합물질 오픈소스는 AI 신약개발을 위한 데이터로는 적합하지 않기에, 복잡한 화합물질 구조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분리·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에 특히 몰두해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모두 가공했다.

업계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화합물질 수를 약 10의 60제곱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넘어선 미지의 수치다. 대웅제약이 확보한 화합물질 8억종은 10의 9제곱 수준이다. 박준석 신약Discovery센터장은 "신약 후보물질의 세계는 우주와 같은데 AI가 신약개발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AI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나간다면 굉장히 많은 신약 후보물질과 우수한 신약을 더 빠르게 개발해 인류 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신약 개발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대웅제약은 신약 후보물질 탐색 첫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AIVS(AI based Virtual Screening)' 툴을 개발했다. 이 툴은 AI가 표적 단백질 대상으로 활성물질을 발굴하는 시스템으로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탐색할 수 있고, 동일한 화학적 특성을 지니면서 특허가 가능한 새 활성물질을 생성형 AI로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와 툴을 기반으로 대웅제약은 지난해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를 사내에 오픈했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웹 기반 AI 신약개발 포털로서 대웅제약 연구원들은 데이지에 접속해 신규 화합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성까지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이른바 신약 개발 초기에서 매우 중요한 ADMET 연구까지 AI로 가능한 것이다. ADMET는 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Excretion, Toxicity의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화합물질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등 약물성을 파악하는 연구 단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평균 15년이 걸리고 통상 1만여 개 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성공한다. 연구자들이 처음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데 평균 5년이 걸리고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후보물질을 추리는 데 2년이 더 걸린다. 여기서 의미 있는 물질 1개를 발견하고자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는데 6년이 추가로 걸린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려면 또 2년이 걸린다. 이러한 15년의 과정 역시 시행착오 없이 진행됐을 때를 가정한 최상의 시나리오다.

업계에서는 AI 도입을 통해 이러한 신약 개발의 난이도를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을 적용할 경우 미국 기준 신약 개발 기간이 기존 15년에서 7년으로, 개발 비용은 2~3조원에서 6000억원으로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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