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美 금리 인하·고물가에... 한은, 이달도 9연속 금리 동결 유력

박슬기 기자 2024. 2. 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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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진행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임한별(머니S)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은 기준금리가 3.50%로 9차례 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2%)를 웃도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하반기로 미뤄지고 있어서다.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저성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확산 등도 한은 금통위의 금리 조정을 신중하게 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부터는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춘섭 전 금통위원의 자리를 넘겨받은 황건일 신임 금통위원이 합류한다. 황 금통위원은 지난 13일 취임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같은 해 2·4·5·7·8·10·11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8차례 연속으로 동결을 이어왔다.

시장에선 이번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실 우려 확산에도 한은이 9차례 연속 동결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것은 물가 때문이다.


여전한 물가… "라스트마일 경계해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 앉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매하는 쌀, 라면, 돼지고기 등 체감물가에 가까운 품목 144개를 조사해 작성한 지수인 생활물가지수는 3.4% 상승했다.

특히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 올라 물가 상승압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지정학적 분쟁에 따라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다음달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내부에서도 '라스트 마일(last mile·마지막 단계)'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며 "큰 폭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기술적으로 따라오는 기저효과를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으로 오인하면서 정책당국이 성급하게 완화기조로 전환한 경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물가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수해온 고금리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안착시키지 못할 경우 장기간 고통을 감수하며 쏟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사례를 과거의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은행 주담대 11개월째 증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 1월 말 기준 1098조4000억원으로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하며 11개월 연속 늘었고 역대 1월 기준 두번째로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달 29일 출시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최저 연 1.60%의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담대를 받을 수 있어 고금리로 주춤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금리 인상도 어려워… 경제전망 수정치도 발표


그렇다고 한은이 현재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회복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에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오는 22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제시한 기존 전망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한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하며 지난해 11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건설업 경기 둔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부동산 프로젝트(PF) 부실 리스크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중견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 우려를 안고 있다.

올들어 새마을금고의 지난달 말 기준 연체율은 6%대로 빠르게 올랐다. 작년 말 5%대에서 한 달 만에 1%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건설업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높였다가는 부동산 가치 하락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밀린 점도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낮추기 보다 동결을 지속하고 시장을 관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미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부터 5.25~5.50%를 유지해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는 2.00%포인트에 이른다. 이는 역대 최대다.

당초 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데 이어 지난달 미국 물가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하반기로 미뤄진 상황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 0.1%를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5% 올라 예상치 0.1%를 상회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지난달 CPI도 전년 대비 3.1% 상승해 시장의 예상치(2.9%)를 상회했다. CPI에 이어 PPI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다음달 금리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89.5%까지 올렸다.

연준의 5월 인하 전망은 이달 초 60%대에서 26.3%로 낮아졌다. 한은이 미국과 금리 역전 차를 더 벌리지 않고 동결을 이어가다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에도 9차례 연속 동결을 지속하면서도 매파적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금통위 직후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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