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高평가'론 제기하더니…"콜옵션 저가 매수, 성공적"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김리안 2024. 2. 19. 1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콜옵션으로 엔비디아 지분 가치 희석 노려
AI테마 사랑은 여전…광업(금) 추가
알파벳·브로드컴은 담자마자 '손절'

작년 가을 엔비디아의 주가가 너무 높다고 말했던 미국 월가의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사진)가 그무렵 엔비디아 콜옵션(주식을 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식은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향후 가격상승에 베팅해 미리 정해둔 저렴한 주가로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에 투자했다.
 
드러켄밀러의 개인 자산을 투자하는 듀케인패밀리오피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듀케인은 지난해 4분기에 엔비디아 주식 약 25만주를 매각하고 대신 콜옵션을 통해 48만주가량을 되샀다. 현재 그가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은 총 5억5000만달러어치에 달하는 110만주다. 엔디비아는 드러켄밀러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콜옵션 주식 등을 전부 포함해 16%를 웃도는 비중으로 1위 종목이 됐다.
 
그는 월가의 대표적인 인공지능(AI) 예찬론자다. AI 칩 시장에서 점유율 80~90%를 자랑하는 엔비디아를 두고 "경기 침체에도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호평했다. 드러켄밀러는 2022년 9~12월 엔비디아 주식을 처음 매입한 뒤 작년 2분기까지 꾸준히 추가 매수해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다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엔비디아 주식을 7만주가량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4분기에도 일부(약 25만주)를 추가 매도했지만, 콜옵션 투자 기법으로 비중은 대폭 늘렸다.

사진=REUTERS

 
추후 엔비디아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상승하면 콜옵션의 가치는 더 크게 상승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가을쯤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in nosebleed territory)"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콜옵션을 매수했을 시기에 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당시는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제 수위를 높여 엔비디아의 매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던 때였던 만큼 콜옵션 투자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년새 2배 이상 폭등한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이미 50% 넘게 상승했다.
 
AI는 드러켄밀러의 4분기 포트폴리오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테마주였다. AI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팔로알토, 어도비, 아리스타 네트웍스 등을 신규 종목으로 편입시켰다는 점에서다. 그는 클라우드 네트워킹 솔루션 회사인 아리스타 네트웍스 주식 23만여주를 새로 매입해 자신의 4분기 포트폴리오에서 비중 변화율 기준으로 상위 매수 종목 3위에 올렸다. AI기반 보안 플랫폼 기업 팔로알토네트웍스와 어도비는 각각 6만4000여주, 1만7000여주 신규 매입했다.
 
데이터 저장장치 기업으로 AI 시장과 연관성이 큰 시게이트테크놀로지의에도 작년 3분기 처음 투자한 뒤 4분기에 연이어 120만여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보유 비중을 단숨에 3.22%포인트나 높여 엔비디아 콜옵션(7.23%포인트) 다음으로 크게 베팅했다. 오픈AI와 함께 생성형 AI 기술을 선도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도 6만8000여주를 더해 비중 12%의 2위 종목으로 높였다. 상장 전부터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2090만주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쿠팡에 대해서도 200만여주를 추가해 3위권에 안착시켰다.


 
드러켄밀러가 AI 다음으로 눈을 돌린 테마는 광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 세계 1, 2위 금 채굴 기업인 미국 뉴몬트와 캐나다 배릭골드에 새로 투자해 각각 47만주, 175만주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처음 투자한 텍리소스 주식 보유량을 기존 400만여주에서 550만여주로 늘리기도 했다. 텍리소스는 캐나다 기반의 광산 운영 기업으로, 석탄 구리 아연 등 다양한 광물을 채굴하고 있다.
 
드러켄밀러는 지난해 비만 치료제 열풍을 이끌었던 일라이 릴리 지분 약 5만주를 매각해 일부 차익을 실현했다. 그래도 여전히 40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어 일라이 릴리는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 콜옵션 주식 제외) 7%의 비중으로 4위를 차지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비만약, 당뇨병 치료제 등으로 S&P 500에서 가장 가치있는 10대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AI 테마에 따라 작년 3분기 새롭게 올라탔던 알파벳(약 83만주)과 브로드컴(약 5만주)에서 1개 분기 만에 하차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2015년부터 꾸준히 투자해온 아마존은 잔여 지분 13만여주를 모두 청산했다. 지난해 초 처음 투자했던 중국 알리바바(30만여주)도 전량 팔아치웠다. 드러켄밀러의 듀케인이 보유한 총 주식 가치는 이 기간 동안 20% 이상 상승해 34억달러에 육박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