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톤의 금수저 '네포 베이비' 논쟁...연예인 가업승계 가능한가?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최근 K-팝계는 가수 윤상의 아들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아시다시피 윤상은 1990년대 한국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인물이다. 1991년 데뷔해 '이별의 그늘' '가려진 시간 사이로' '너에게' 등을 히트시키면서 최고의 아티스트로 사랑받았다. 가수뿐 아니라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히트곡을 만들었고, 2018년 평양공연 예술단의 음악감독을 거쳐 현재는 용인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 라이즈(RIIZE)의 멤버 앤톤(본명 이찬영)이 윤상의 아들로 밝혀지면서 소위 금수저 논란이 불거졌다. 라이즈는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9월 론칭한 차세대 보이그룹이다. 앤톤을 비롯해 쇼타로, 은석, 성찬, 원빈, 승한, 소희 등 7명(현재 승한이 빠지면서 6인 체제)으로 구성됐다. 데뷔 싱글 '겟 어 기타'(Get A Guitar)부터 '토크 색시'(Talk Saxy), '러브 원원나인'(Love 119)까지 3곡이 연달아 흥행하는 등 신인 그룹 이상의 비상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방신기, NCT를 배출한 SM이 만든 그룹인 만큼 데뷔 초부터 쏟아지는 팬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그러나 앤톤이 아버지 윤상과 함께한 '겟 어 기타' 챌린지 영상에 '네포 베이비(Nepo Baby)'라는 악플이 달리고, 이에 앤톤이 '본 디스 웨이 바이 레이디 가가(born this way by lady gaga, 이렇게 태어났다)'라고 공격적으로 응수하면서 팬덤과 아티스트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본인의 실력과 달리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고 비난하는 팬과, 부모와는 무관하게 공정한 경쟁을 거쳤다는 아티스트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네포 베이비란 족벌주의를 뜻하는 '네포티즘'(Nepotism)과 '베이비'(Baby)의 합성어다. 특권을 가진 부모의 지위나 영향력으로 인해 자녀가 특혜를 받은 것을 비하하는 말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논쟁이 격화되면서 국내에도 전해졌다.
사실 금수저 논란은 국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다만 악플에 대해 과거에는 침묵하던 아이돌들이 점차 적극적으로 자신을 해명하거나, 나아가 상대의 비난을 비판하는 태도를 드러내면서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진행형인 미국의 네포 베이비지 논쟁은 국내 금수저 논란이 그렇듯, 아무래도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영국 태생의 유명 배우 주드 로의 아들 래퍼티 로는 금수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화려하게 모델로 데뷔했으나 모델답지 않은 작은 키(175㎝)와 다소 어색한 워킹으로 비난받았다. 특히 2017년 명품 돌체앤가바나 쇼에서 이상한 표정과 엉거주춤한 워킹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팬들은 그가 주드 로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무대에 서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해 말에는 할리우드 미녀 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아들 디콘 필립이 호화로운 뉴욕 자택을 자랑했다가 네포 베이비 소리를 들었다. 필립이 자신의 SNS를 통해 뉴욕의 으리으리한 집을 공개했는데 '엄마 찬스'를 이용한 돈 자랑이었다는 것이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네포티즘 논쟁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가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팰트로는 "유명인의 자녀들은 남들에게는 없는 기회를 얻기가 쉽다는 점에서 공평한 경쟁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회를 얻고 나면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두 배 더 열심히 하고, 잘해야만 한다"고 했는데 그리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팰트로는 LA의 유명한 영화인 가문 출신이다. 아버지 브루스 팰트로는 유력한 영화제작자였고, 어머니 블라이스 대너는 연기상을 받은 중견 여배우였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부친이나 모친의 영향력을 드러내지 않거나 굳이 숨겼다가, 조용히 실력을 쌓아 인정받은 후에야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스토리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에는 배우 유동근이 출연해 아들에 대한 소문을 직접 밝혔다. 유동근은 "아들이 오디션 방송에 밴드의 보컬로 몰래 나갔다. 순위가 자꾸 높아지니까 엄마, 아빠가 누군지 알게 됐다"면서 "본의 아니게 엄마 찬스, 아빠 찬스라는 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유동근의 아들 지상은 지난 2019년 JTBC '슈퍼밴드'에 출연해 출중한 외모와 보컬로 시선을 끌었다. 방송 이후 뮤지컬에 발탁되기도 했다. 오디션 당시에는 유동근-전인화 부부의 아들임을 밝히지 않았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1000만 배우' 하정우가 이름까지 바꾸고 배우의 길로 접어든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김용건의 아들임을 숨기고 성과 이름을 바꿔가며 연기에 도전한 끝에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았다.
윤상의 아들인 앤톤의 경우에도 악플에 대한 대응이 좀 서툴렀지만 네포 베이비로 치부되기엔 아쉬움이 있다. 윤상은 지난달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아들과 동반 출연해 이른바 'SM에 꽂아줬다'는 의혹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윤상은 "아들이 가수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아빠인 제 딴에는 넓은 곳에서 큰 꿈을 꾸라고 기러기 생활도 했는데 갑자기 아이돌 하겠다고 한국에 온다니까 뒷목을 잡았다"면서 "1년 정도 엄마하고 밀고 당기기를 했던 것 같다. 결국엔 기회를 한 번 줘보자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SM은 저 혼자 오디션을 본 것"이라며 "'낙하산 루머'가 들릴 때 사람들은 세상을 참 모르는구나 싶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가수 생활에 반대했던 셈이다. 더군다나 SM같은 유력 기획사에서 낙하산으로 멤버를 뽑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그랬다고 하더라도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어쭙잖은 실력으론 데뷔 후에도 오래 버티기 힘들다.
1990년대 인기 가수의 딸도 처음 아이돌에 데뷔할 때는 비상한 관심을 받았으나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치열한 경쟁을 거친 실력만이 생존의 길이다. '자리의 전수'가 불가능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특히 그렇다. 네포 베이비는 분명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시스템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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