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의 철학자 삼성 백정현 “언제나 기본기 연구…확실한 건 제구력이 먼저”[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4. 2. 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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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삼성 백정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백정현(37)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감정 표현이 잘 없기로 유명하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을 취미로 삼기도 했다. 2019시즌에는 구단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이런 성격의 백정현이 가장 몰두하는 부분은 ‘기본기’다.

백정현은 대구상원고를 졸업한 뒤 2007년 삼성에 지명됐다. 이제는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연차가 됐다. 그럼에도 백정현은 아직도 기본기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한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피칭을 하고 있는 삼성 백정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 이유로 “나도 아직 내가 투수로서 해야될 게 뭔지 정립을 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공부를 하는 중”이라며 “흔히 어릴 때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게 제대로된 기본기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기본기에 충실하다고 하면서도 그게 잘못되면 시작부터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진짜 기본기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백정현이 이같은 고민을 하는 것은 지난 시즌 아쉬움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2023시즌 18경기에 나선 백정현은 7승5패 평균자책 3.67을 기록했다. 24경기에서 4승13패 평균자책 5.27을 기록했던 2022시즌보다는 나은 성적을 냈지만 못내 아쉽다. 8월 말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아웃됐고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지금은 다 회복이 되어 시즌 개막을 정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승환, 김대우 등과 함께 퓨처스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던 백정현은 20일부터 1군 캠프에도 합류한다. 20일에는 한신과 연습경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실전도 치를 예정이다.

삼성 백정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백정현은 “지난해에도 시즌 끝까지 같이 했어야했는데 팔꿈치에 무리가 와서 전력에서 빠지게 됐다”면서 “다행히 지금은 회복이 다 되었다. 올시즌에는 풀타임을 할 수 있도록 보강 운동을 하고 공 던지는 방법 등을 조금씩 수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을 본의아니게 빨리 마친만큼 새 시즌 준비를 서둘러 시작했다. 백정현은 “시즌이 끝나고 나서 거의 안 쉬고 몸을 만들었다. 치료도 하면서 팔꿈치 강화도 하고 부상을 안 당할 수 있게 몸을 단련했다”고 그간 과정을 되짚었다.

퓨처스캠프에 처음 합류해서 정대현 2군 감독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백정현은 “확실히 투수 출신이어서 마운드에서 어떻게 던지고 연습하고 등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나도 그런 이야기들을 참고하면서 어떻게 연결할 부분이 있을까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무조건 부상 없이 풀타임 소화가 목표다. 백정현은 “부상 때문에 일찍 빠졌으니 올해는 풀타임을 뛰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경기에 나가면 팀이 승리로 연결될 수 있게끔 선발 투수들이 해야할 몫을 해야한다. 최대한 많이 이기려고 노력해야한다”고 마음을 다졌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있는 삼성 백정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여기까지는 여느 투수들이 목표로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백정현은 ‘10승’이라던가 수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두자릿수 승수를 쌓았던 2021년(14승5패)에도 그랬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기록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머리 아파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9승에서 1승만 더하면 10승아닌가.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던데 나는 그런게 이해가 안 되더라. 기록적인 부분은 야구를 보는 사람들이 보는 것이지 선수 입장에서는 신경써야할 부분이 아니다. 경기에 나가면 승부를 해야하니까 이겨야하고 이기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게 중요하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퓨처스 캠프에서 신인들과 함께 몸을 만들면서 자신의 신인 시절을 돌이켜보기도 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던 백정현은 “신인들이 다들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그런걸 보면서 매년 이렇게 좋은 후배들이 들어오는데 나는 어떻게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훨씬 예전보다 여러 부문에서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 야구를 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켜봤다.

결국 백정현을 지탱하는건 지나간 세월동안 쌓은 경험이다. 베테랑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이다.

백정현은 스피드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교한 제구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리그에서 살아남아왔다. 그 역시 제구력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안다. 백정현은 “제구력은 당연히 신경써야된다. 좀 더 힘 있는 공을 던져야하고 날카로운 변화구를 만들어야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기대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백정현은 덤덤하게 답했다. 그는 “한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는 겨울에는 늘 기대를 하고 이 시기를 보내곤 한다”라며 “그렇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내 할일만 하려고 한다. 일단 풀타임을 보내야하는게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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