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선택받은 전통주 비상…농업계도 반색!
편의점에서는 ‘골든존’ 자리 차지하며 주인공 대접 받기도
비싸도 품질 높은 전통주 구매하려는 경향도 생겨
원재료로 쌀 포함한 지역 농산물 다수 쓰며 농업계에서도 주목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선택의 받은 전통주가 인기를 끌며 주류업계는 물론 농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이 소주나 맥주보다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국내산 재료를 쓰고 풍미가 좋은 전통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고객의 눈과 손이 잘 가는 곳에 전통주를 배치하거나, 다품종을 생산하는 식으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편의점에서 주인공 대접받는 전통주=16일 오후 2시 서울 도곡동에 있는 한 편의점. 이곳에서는 주류 가운데 단연 전통주가 주인공 대접을 받는다. 주류 매대엔 소주나 맥주를 제치고 고객의 눈과 손이 쉽게 닿는 이른바 ‘골든존’에 전통주가 자리 잡았다. 해당 점포를 관리하는 유동오 매니저는 “상표명을 기억해 찾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전통주 인기를 실감한다”면서 “증류주와 막걸리 종류를 늘리는 한편 핵심 매대에 배치해 매출 증대를 도모한다”고 귀띔했다.
편의점 업체 CU에 따르면 전통주 매출은 5년 연속 상승세다. 전년 대비 매출액 상승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16.7%, 2020년 23.2%, 2021년 36.6%, 2022년 16.7%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2.4% 상승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 전문업체 담화컴퍼니의 박준형 이사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이 온라인에서 전통주를 구매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해 자사몰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자사몰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40~50%, 20대가 15~20%가량으로 20~30대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CU의 지난해 연령대별 전통주 매출액 수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20대가 35.7%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32.6%, 40대가 21.2%로 그 뒤를 이었다. 50대는 8%, 60대 이상은 2.5%에 그쳤다.
◆전통주 비싸도 산다…매월 전통주 구매하는 MZ도 있어=주류 품질만 좋으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하려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동호 매니저는 “3000원 이상 막걸리나, 2만원 내외의 증류주도 잘 나가는 편”이라면서 “막걸리를 살때 인공감미료가 들어가는지, 국내산 원료를 많이 쓰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박준형 이사는 “전통주 시장에 아예 저렴한 제품을 사거나, 반대로 고급주를 소비하는 양극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사몰에서 중간 가격대인 2~3만원 정도의 전통주 판매는 줄었고, 오히려 5만원대 이상 전통주는 상품에 따라 조기 품절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전남 해남 해창주조장에서는 2021년 160만원짜리 ‘해창막걸리 아폴로(18도)’를 출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해창주조장 관계자는 “막걸리가 수입산 쌀이나, 묵은 쌀을 써서 싸게 만드는 술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면서 “해창막걸리는 해남산 유기농 찹살과 멥쌀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매월 전통주를 구독하는 소비자도 생겨났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보감씨는 “주류 종류에 따라 매월 3만원 후반대에서 5만원 초반대를 지불하면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어 전통주를 구독하고 있다”면서 “술 전문가가 직접 발로 뛰며 전국의 명주를 발굴해주니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젊은층 사이에서 전통주 바람이 부는 이유는 이들의 소비 경향이 가격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형 이사는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대는 여러 술을 맛보고 그 경험을 주변 사람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에 공유하려는 성향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전통주 품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가격이 높아진 위스키 등을 대신해 구매하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MZ 마음을 사로잡아라…신제품 출시 봇물=경북 포항 북구 기북면에 있는 ‘청슬전통도가’는 2010년에 세워져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지금은 하루 막걸리 생산량이 4000병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비결은 바로 고객의 다양한 기호에 맞는 전통주를 생산하려는 노력에 있다.
제일 처음 내놓은 ‘옹해야 막걸리’에 이어 전통 누룩의 사용량을 늘려 향긋한 풍미를 더한 ‘전통누룩막걸리’, 기능성 성분이 많은 강황을 넣은 ‘강황 막걸리’, 지역의 이름을 따 부드럽게 빚은 ‘신포항 막걸리’ 가 대표적이다.
청주로는 명절 수요가 특히 많다는 ‘월월청청’과 지난달 출시한 ‘술마녀’를 내놨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증류주인 ‘영일만 소주(16.9도·21도·41도)’도 출시했다. 다음달엔 ‘영일만 소주’의 프리미엄 버전인 51도 상품도 출시를 앞뒀다. 포항에서 재배된 카사바를 이용한 증류주 생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전통주에 대한 인식이 ‘어른들만 먹는 술’에서 ‘남녀노소가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술’로 바뀌고 있는데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하이볼 등이 인기를 끌며 증류식 소주 수요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며 “시장 확대에 발맞춰 더욱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전통주 소바자에게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에서는 타 업종과 협업하며 전통주에 빠진 MZ세대 마음 잡기에 나섰다. 백종원 요리연구가와 함게 만든 ‘빽걸리’, 쌀 본연의 단맛을 느끼게 하는 ‘무 아스파탐 막걸리’, 과자업계와 협업해 만든 ‘땅콩카라멜 막걸리’ 등이 인기를 끈다.
우리 농산물을 원재료로 삼는 전통주의 인기에 농업계도 반색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잡은 한강주조는 탁주를 만들 때 전부 서울 강서울 일대에서 생산된 ‘경복궁쌀’만을 고집한다. 고성용 한강주조 대표는 “지난해 탁주 제조에 들어간 쌀만도 45t에 이르는데 올해 탁주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쌀 매입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면서 “우리술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도 농업계와의 협업을 더 탄탄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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