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만든 약물이 온다…중력 영향 적어 정밀제어 가능

곽노필 기자 2024. 2. 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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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제조 실험을 마친 약물이 지구로 돌아온다.

미국의 우주제조 기술 기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Varda Space Industries)는 2023년 6월 우주로 갔던 우주 제조용 캡슐 '위네바고 1호'(W-Series 1)가 8개월 만인 21일 지구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위네바고 1호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회수되면 사상 첫 우주 제조 실험이 모두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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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 제조 실험 마친 우주선
21일 미 유타주 사막으로 귀환
우주 제약 실험을 마친 위네바고 1호가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순간을 묘사한 그림.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제공

우주에서 제조 실험을 마친 약물이 지구로 돌아온다.

미국의 우주제조 기술 기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Varda Space Industries)는 2023년 6월 우주로 갔던 우주 제조용 캡슐 ‘위네바고 1호’(W-Series 1)가 8개월 만인 21일 지구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위네바고 1호를 싣고 있는 로켓랩의 포톤 우주선은 18일부터 지구 귀환을 위한 궤도 조정에 들어갔다.

위네바고 1호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회수되면 사상 첫 우주 제조 실험이 모두 끝나게 된다. 그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다양한 단백질 결정 구조를 만드는 실험은 수백차례 이뤄졌으나, 전용 우주 캡슐을 띄워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높이 74cm, 가로 90cm, 무게 약 90kg의 원뿔 모양 위네바고 1호에는 지구에서 제조한 것보다 더 큰 단백질 결정 구조로 이뤄진 리토나비르가 들어 있다. 리토나비르는 애초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 치료제로 사용되다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첨가제로 쓰이는 약물이다.

위네바고 1호가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바르다는 원래 우주제조 실험을 마친 뒤 지난해 7월 캡슐을 유타주 사막의 미 공군 사격장 부지에 떨어뜨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 연방항공청(FAA)은 대기권 재진입시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캡슐이 지구로 돌아오는 것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바르다는 작동 수명이 1년인 위네바고 1호를 계속 지구 저궤도에 대기시켜 당국의 허가를 기다려야 했다.

바르다는 귀환 방식을 놓고 당국과 수개월간 협의한 끝에 지난 14일에서야 지구 귀환 허가를 받아냈다. 그 사이에 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새로운 규정(Part 450)이 마련된 것도 도움이 됐다.

허락받은 캡슐의 낙하 구역은 솔트레이크시티 서쪽 유타훈련장(UTTR)과 더그웨이 시험장에 해당하는 타원형 지역(45x35km)이다. 미 당국이 민간 우주선에 육상 착륙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이스엑스의 민간 우주선 드래건은 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할 때 바다로 돌아온다.

우주 제약 실험에 쓰인 ‘위네바고 1호’(W-Series 1) 캡슐.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제공

지구에서보다 더 정밀한 제조 가능

바르다의 계획에 따르면 위네바고 1호는 방열판의 보호 속에서 음속 25배인 시속 3만1천km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 뒤 낙하산을 펴고 착륙한다. 역추진기를 이용해 속도를 늦추기는 하지만 고도 40km까지는 음속 5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낙하하다 시속 270km로 떨어지는 고도 10km 상공에서 낙하산을 편다. 모든 과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캡슐을 실었던 포톤은 대기권 진입과 함께 위네바고 1호를 방출한 뒤 산화돼 소멸한다.

미세중력 환경의 우주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는 실험을 하는 이유는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지구에서보다 더 더양한 단백질 결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대류, 침강 등의 현상 없이 정밀하게 물질의 입자를 제어하고 결정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예컨대 제약 대기업 머크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한 실험을 통해 항암제 키트루다에 사용되는 면역관문억제제 펨브롤리주맙을 우주에서 만들 경우 지금의 정맥주사 방식보다 훨씬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발견해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바르다는 올해 중반에 발사할 ‘위네바고 2호’는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 북서쪽 쿠니바시험장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바르다는 스페이스엑스의 화물우주선 엔지니어 출신인 브루이와 벤터캐피탈업체인 파운더스 펀드 출신의 딜리엔 아스파로호프가 우주 제조 기업을 목표로 2020년 12월 공동설립한 회사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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