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R&D예산', '의사증원' 논란에도 박절하지 않다면

CBS노컷뉴스 김정훈 사회부장 2024. 2. 19. 09: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16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요람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학위 수여식에서 벌어진 소동이다.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가 이어지는 도중 갑자기 한 졸업생이 고성을 질렀고, 그는 곧바로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팔과 다리가 붙잡혀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왔다.

R&D 예산 복원을 주장한 카이스트 졸업생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어떤 과학기술계 카르텔 때문에, 왜 하필 4조 6천억원의 R&D 예산이 사라져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핵심요약
카이스트 졸업생의 대통령 축사 훼방에 "법규정 따른 조치"
의사증원 반발하는 의료계에 "기계적 법집행…선처 없을 것"
'4조 6천억 R&D예산 삭감', '2천명 의사 증원'에 의문 남아
"박절하게 대하기 참 어려운 대상"은 의견을 달리하는 국민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 과학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습니다."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지난 16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요람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학위 수여식에서 벌어진 소동이다.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가 이어지는 도중 갑자기 한 졸업생이 고성을 질렀고, 그는 곧바로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팔과 다리가 붙잡혀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왔다.

축사를 방해했던 졸업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확인됐고 대통령실은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조치라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의사와 예비의사들의 반발에 대해서도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 선언했다.

증원 규모를 발표한 날, 이를 두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한 윤 대통령이 "오직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래 정부는 철통같은 모습이다.

진료 중단을 금지하는 정부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면서 "사후 구제나 선처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의사들은 징역형도 받을 수 있고, 특히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단순 엄포는 아니다.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진의 시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방침은, 역시 그르지 않다.

'4조 6천억 R&D예산 삭감', '2천명 의사 증원'에 의문 남아

그러나 깊은 아쉬움과 의아함을 지울 수는 없다.

올해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4조 6천억원 삭감된 26조 5천억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학기술계 카르텔 때문에 R&D 예산이 부정하게 사용돼 부득이하게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비가 줄어든 연구실에서는 추진중인 사업들이 백지로 돌아가기도 했고, 젊은 연구자들이 일터를 떠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정부 결정에 속절없이 휘청거리는 과학기술계에 자신의 미래를 걸겠다며 달려드는 이공계 인재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R&D 예산 복원을 주장한 카이스트 졸업생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어떤 과학기술계 카르텔 때문에, 왜 하필 4조 6천억원의 R&D 예산이 사라져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으로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내년부터 늘어나는 의대정원 2천명도 마찬가지다.

증원 자체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전제로 구체적인 규모를 논의하던 정부와 의료계였는데, 난데없이 2천명이라는 숫자가 통보됐다.

이들이 의대에 입학해 제대로 수련할 수 있는지, 이 정도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위기가 해소되는 것인지, 오히려 '늘어난 병상이 환자를 만들어낸다'는 '뢰머의 법칙' 안에만 갇히는 건 아닌지, 이공계는 의대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의문과 염려가 여전하다.

대규모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목소리 가운데는 이러한 의문과 염려를 담은, 새겨들을 만한 주장도 적지 않을 테지만 정부는 '더이상 타협은 없다' 잘라 말한다.

"박절하게 대하기 참 어려운 대상"은 의견을 달리하는 국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빈 휠체어들이 세워져 있다. 황진환 기자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이리저리 흔들릴 수는 없다.

하지만 논란과 갈등이 되는 사안을 두고 끝까지 당사자를 설득하는 한편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함은 정부가 저버려서는 안 될 또다른 숙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불가피한 대처와는 별개로 갈등을 최소화하고 파국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 더 적극 임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박절하게 대하기 참 어려운" 대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의견을 달리하는 국민인 까닭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김정훈 사회부장 report@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