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저작권 논의

오픈에이아이(AI)의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 달리(DALL·E)를 사용해 ‘인공지능 규제, 미디어 저작권’ 등 키워드로 만든 이미지.

지난해 12월2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저작권 정책 비전과 추진과제를 담은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을 발표했다. 창작자의 권익을 강화해서 미래 저작권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형 저작권 모델을 세계화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능 저작권에 대한 첫번째 가이드라인인 ‘생성형 인공지능 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했다.

안내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 사업자는 적절한 보상 등의 방법으로 적법한 이용권한 확보를 해야 한다. 네이버 같은 사업자가 인터넷에 공개된 저작물이더라도 적절한 보상이나 저작권자 허락 없이 이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인공지능 학습에 이용되는 걸 원하지 않으면 반대 의사를 적절한 방식으로 명시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처를 취할 수 있다. 사업자는 이러한 사항을 약관에 명시하거나, 로봇배제표준(robots.txt)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했다. 셋째, 생성형 인공지능 이용 시에는 원하는 인공지능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 입력하는 텍스트·이미지·오디오 등의 데이터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침해를 유도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저작권 침해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기존 저작물을 이용해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 경우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등록은 사람의 생각 또는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에 대해서만 가능하여,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인공지능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등록은 불가하다. 인공지능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속이고 직접 창작한 것처럼 저작권 등록을 할 경우, 저작권법상 허위 등록이 문제가 될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옴짝달싹 할 수 없다. 네이버 같은 사업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공개된 저작물에는 저작권자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설령 저작권자가 명확해도 저작권자와의 연락이 닿지 않아서 보상이나 이용 허락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저작물의 저작권자를 찾아가서 일일이 허락을 받고 보상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가이드라인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만든 저작물은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지만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구체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진 않는다. 문체부는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규정을 법제화하는 것은 성급하며 국외 판례와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업계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제시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혼란을 가중시켰다. 영국에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기 위해 인공지능청을 2021년에 설립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이지만 빠르게 움직여서 풀어야 할 숙제이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