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상담사의 열정 비결 ‘유대감’…“챗봇이 대신 할 수 있을까요”

박지영 기자 2024. 2.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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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 속 배우 전도연씨가 쓴 '헤드폰'이 계기였다.

당시 20대였던 이은희(50)씨는 "취직하고 싶어 알아보던 중 전도연씨가 영화 '접속'에서 헤드폰 쓰고 컴퓨터 앞에 앉은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 파트타임으로 콜센터 상담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LGU+)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에서 12년째 '시니어 상담사'로 근무하는 이씨는 지난해 말 전체 150명 센터 직원 중 '친절왕'으로 뽑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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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콜센터 ‘친절왕 상담사’ 50대 이은희씨
15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엘지유플러스(LGU+)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에서 12년째 콜센터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은희(50)씨. 엘지유플러스 제공

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 속 배우 전도연씨가 쓴 ‘헤드폰’이 계기였다. 당시 20대였던 이은희(50)씨는 “취직하고 싶어 알아보던 중 전도연씨가 영화 ‘접속’에서 헤드폰 쓰고 컴퓨터 앞에 앉은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 파트타임으로 콜센터 상담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LGU+)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에서 12년째 ‘시니어 상담사’로 근무하는 이씨는 지난해 말 전체 150명 센터 직원 중 ‘친절왕’으로 뽑혔다고 한다. 지난 15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아인텔레서비스 건물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씨는 “정확한 명칭은 열정 마일리지 포상인데, 홈페이지 등에 고객들로부터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받은 상담사를 6명 선발하는데 그중 한명으로 꼽혔다. 20~30대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50대인 제가 ‘열정’ 마일리지 포상을 받으니 느낌이 이상하다”고 웃었다.

15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엘지유플러스(LGU+)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 콜센터 상담사 사무실. 엘지유플러스 제공

50대에 접어든 이씨가 유독 ‘열정’을 다해 대하는 고객들은 챗봇 등 온라인 자동 상담 시스템이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노인 고객들이다. 이씨는 “전화 상담은 주로 50대 후반부터 많이 오는데, 챗봇으로 문제를 해결했어도 여전히 남는 궁금증들이나 ‘풀어서 설명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하시는 편이다. 연세 있으신 분들은 고객센터 앱 활용을 어려워하시는데, 이럴 때는 나도 똑같이 스마트폰을 화면을 보며 그대로 따라 하면서 설명해드린다. 앱 터치부터 시작해 좌측에서 몇 번째 어떤 문구로 들어가라고 말씀드리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70∼80대 노인 고객을 대할 땐 이씨는 “기다리겠다. 편히 말씀하시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는 “한번은 80대 노부부께서 직접 온라인 상담을 배워보고 싶어하셔서 50분 가까이 상담한 적도 있다. 반복해서 설명해드려도 잘 해결되지 않으니, 어르신들께서도 답답하신지 서로 싸우시더라. 결국은 성공하시고 굉장히 뿌듯해하시면서 통화 마지막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하셨다. 집에 계신 80대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해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산업 전반 주요 소비 계층이 고령 세대로 옮겨가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현상은 통신 업계도 마찬가지다. 엘지유플러스는 “이동통신사 고객 센터에 50대 이상의 시니어 고객과 상담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현재 엘지유플러스 자회사인 아인텔레서비스와 씨에스원(CSOne) 등 콜센터에는 시니어 상담사가 70명 이상 근무 중이다.

가족 결합상품 등 고객 맞춤형 요금제들이 출시되면서, 상담 내용이 복잡해진 것도 중장년층·노인 고객들이 상담사를 주로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씨는 “가족결합 등 상품 내용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특히 노인분들 요금은 자녀들이 대신 내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내용을 주로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다. ‘자식들이 요금을 대신 내 주는데 더 저렴한 요금제는 없는지’ 물어보시는 노인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톡 사진 전송, 유튜브 설정 등 스마트폰과 관련된 질문도 중장년층·노인 고객들이 주로 묻는다. 이씨는 “한번 상담사 연결될 때 일상생활하면서 답답하셨던 것들을 모두 토해내듯 질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저도 회사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젊은 동료에 비해 개념 숙지가 더뎌요. 나이 드신 고객님들과 상담할 때 말은 하지 않지만 서로 동질감이나 유대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건 아무리 인공지능, 챗봇이 발전한다고 해도 사람이 하는 상담을 대체할 수 없지 않을까요.”

부산/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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