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애플 비전프로 사용후기…세상 보는 방식의 변화 혹은 통제

임지선 기자 2024. 2.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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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출시된 애플의 신제품 '비전 프로'에 대한 사용기가 쏟아지고 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가상(디지털)과 물리적(현실) 세계를 혼합한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를 구현하겠다고 내놓은 제품이다.

시장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디어에 시연용 기기를 제공할 만하지만 애플은 미국의 유력 일간지에조차 '비전 프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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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착용 모습. 애플 제공

“비전 프로(Vision Pro)를 개발자들과 공유해보니 정말 놀라운 것(blow-away)들이 나오고 있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2023년 1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비전 프로를 써봤지만, 나에게는 놀랍지(blow away) 않았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 2월7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비록 나는 구매하지 않지만 비전 프로는 나를 놀라게(Blew Me Away)했다.”(제레미 그래이 사진작가 겸 리뷰어, 2월8일 페타픽셀(petapixel) 칼럼)

지난 2일 출시된 애플의 신제품 ‘비전 프로’에 대한 사용기가 쏟아지고 있다. 애플이 지난 2015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신제품인 데다 지난 1년여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 속에서도 침묵을 지켜온 애플의 미래전략이 담긴 결과물이기 때문에 출시 전부터 시장의 기대가 뜨거웠다. 가격이 3500달러(467만원)에 달하는 데다 한국에서는 아직 판매하지도 않는 이 두꺼운 고글 모양의 신문물은 우리의 미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비전 프로는 현실 공간을 그대로 보여주며 내 시선을 따라가고 내 손끝에 반응하며 가상 공간을 열어 앱을 실행하고 게임이나 영화를 재생한다. 애플 공식 홍보 영상 갈무리

비전 프로는 애플이 가상(디지털)과 물리적(현실) 세계를 혼합한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를 구현하겠다고 내놓은 제품이다. 고글 모양 안경을 쓰면 눈앞에 현실 공간이 그대로 보이면서 그 위로 가상 공간이 펼쳐진다. 현실 공간은 내 시선을 따라가고 가상 공간은 내 손끝에 반응하며 앱을 실행하고 게임이나 영화를 재생한다. 2007년 ‘아이폰’이 컴퓨터를 휴대전화에 집어넣었다면 ‘비전 프로’는 혼합현실(MR) 헤드셋 기기에 ‘아이폰’을 넣는 구상이다.

시장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디어에 시연용 기기를 제공할 만하지만 애플은 미국의 유력 일간지에조차 ‘비전 프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의 기술 칼럼니스트 브라이언 첸은 기사 서두에 “애플이 뉴욕 타임스에 장치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에 2일 비전 프로를 샀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이 지난 2일 출시한 비전 프로를 착용한 모습. 애플 공식 홍보 영상 갈무리

이후 쏟아진 리뷰에서 비전 프로의 최대 장점이자 ‘놀라운 점’으로 꼽은 것은 단연 현실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선명한 디스플레이 위로 펼쳐지는 가상 세계 경험이다. “적혈구와 거의 같은 크기의 픽셀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너무 생생해서 내가 눈앞의 광경을 기기를 통해 보고 있다는 것을 잊게 한다. 내가 바라보는 것과 비전 프로가 보여주는 세상 사이의 지연 시간은 12밀리 초다.”(제레미 그래이)

손으로 직관적인 제어를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비전 프로는 사용자가 눈과 손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는 몰입형 3차원(3D)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데 있어 지난 10년 동안 테스트한 메타, 소니, 에이치티씨(HTC) 등의 헤드셋보다 훨씬 앞서 있다. 사무실에서 네 명의 동료에게 착용하게 하니 모두가 몇 초 만에 사용법을 익혔다” (브라이언 첸)

악평도 만만치 않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조던 하트 기자는 “일주일만 지나면 애플의 미래형 헤드셋을 착용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22.9온스(649g)의 기기 무게는 아이패드를 얼굴에 묶은 듯한 느낌을 주고 몇 시간 동안 착용하고 나면 눈의 피로가 시작된다”고 평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도 14일(현지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타의 퀘스트3가 비전 프로에 비해 가볍고 휴대성이 좋고 시야각이 넓으며 가격도 저렴하다”며 “비전 프로처럼 유선 배터리팩이 없어 몸동작도 더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비전 프로 사용 후기 영상들. 유튜브 검색 화면 갈무리.

‘비전 프로’는 애플의 자존심이 걸린 프로젝트다. ‘거대 언어 모델(LLM·인간의 언어로 된 거대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질문에 인간의 언어로 답하는 언어 중심 인공지능) 열풍이 불어닥친 지난 1년여 동안에도 애플은 한물간 취급을 받는 ‘메타버스’(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를 포함한 ‘비전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해왔다. 심지어 사명까지 ‘메타’로 변경할 정도로 그에 몰입했던 메타(옛 페이스북)조차 지난해 거대언어모델 람다2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는데 말이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비전 프로가 2~3배의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소식과 비전 프로 환불 고객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동시에 나올 정도로 ‘비전 프로 출시 첫 달’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 와중에 비전 프로가 연 ‘공간 컴퓨팅 생태계’는 확장 중이다. 그레그 조스위악 애플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13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를 통해 “공간 컴퓨팅을 위한 헤드셋에 활용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앱이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합한 공간 컴퓨팅의 미래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아르와 마다위는 “공간 컴퓨팅이 널리 채택되는 것은 시기의 문제”라며 “실생활과 디지털 기술이 자연스럽게 모호해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무서운 것은 소수의 기업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많은 통제권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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