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9명이 이뤄낸 9년의 기적'
아이즈 ize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미국 음악지 '롤링 스톤'은 "이 모든 게 환상일지라도 난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Set Me Free'의 가사를 트와이스가 외친 "케이팝의 독립 선언"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이 선언은 일부에서 케이팝을 깎아내릴 때 쓰는 논리(서양 팝의 모방)에 대한 반격이자 궤도에 오른 케이팝의 '직진' 의지이기도 하다. 저널리스트 팀 찬(Tim Chan)은 트와이스의 열두 번째 미니 앨범 'Ready to Be'를 두고 "격주로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쏟아져 나오는 혼돈의 업계에서 'Ready to Be'는 트와이스가 경쟁할 준비를 넘어 정상을 차지할 준비까지 되어 있다는 걸 증명한다"며 '롤링 스톤'의 해당 글을 마무리 지었다.
'OOH-AHH하게'로 데뷔해 3년 만에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를 한국을 대표하는 케이팝 기획사로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 동력이 된 트와이스도 어느덧 데뷔 9년 차에 접어들었다. 곧 열세 번째 미니 앨범 'With YOU-th'를 발매할 이들은 얼마 뒤엔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이는 아직 진행형인 전성기 중 지나온 길을 돌아보아도 될 위치에 이들이 서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 9년 동안 그들이 세운 '기록'들을 살펴본다.
미국 스타디움 공연
차근차근 존재감을 키워온 트와이스의 글로벌 인지도가 정점을 찍은 일은 지난 2022년 5월 LA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에서 케이팝 걸그룹으로선 최초로 치른 '북미 스타디움 단독 공연'이었다. 네 번째 월드투어 '쓰리(Ⅲ)'의 일환으로 2회 모두 매진된 이 무대는 이듬해 다섯 번째 월드 투어 '레드 투 비'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으로 알려진 LA 소파이 스타디움과 비슷한 규모의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공연으로 이어져 10만 석을 매진, "절대 멈추지 않는" 트와이스의 저력을 재차 보여주었다.
일본 돔 투어
일본에서 트와이스의 인기는 대단하다. 한때 일본 여고생들 중 80%가 'TT'를 알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로 일본의 10대 소녀들에게 트와이스는 남다른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음악가의 인기란 투어의 규모로 반영되게 마련. 가장 작은 홀 투어와 중간급인 아레나 투어, 대형급 아티스트들만 설 수 있다는 돔 투어까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 일본 투어 시장에서 트와이스는 2019년 3월과 4월에 걸쳐 티켓 판매가 1분 만에 매진 됐다는 오사카 교세라돔 공연을 비롯해 도쿄돔, 나고야돔 무대까지 도합 5회 콘서트를 치러냈다. 동원한 누적 관객 수는 무려 21만 명. 일본에서의 이 압도적인 인기는 오는 7월 27~28일 7만 명을 수용하는 닛산스타디움 입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 공연을 마치고 나면 트와이스는 케이팝 걸그룹으론 최초, 케이팝 아티스트로선 동방신기 이후 두 번째로 닛산스타디움 무대를 소화한 그룹이 된다.
'홍백가합전' 3년 연속 출연
'홍백가합전'은 매년 12월 31일 일본 공영 방송 NHK에서 방영하는 대항전 형식의 연말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은 한 해 동안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은 가수들이 누구인지 이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6월 앨범 '#TWICE'를 발표하고 일본 활동을 시작한 트와이스는 그런 저명한 프로그램에 해외 걸그룹으론 유일무이하게 3년 연속(2017~2019년, 특히 2018년 무대는 42.7%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초청을 받으며 일본 돔 투어의 발판을 마련해 나갔다. 트와이스는 그 뒤 73번째(2022년) '홍백가합전'에 르세라핌, 아이브 등과도 출연했는데 이 프로그램에 한국 아이돌 그룹이 두 팀 이상 출연한 건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가 나왔던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고 한다.
2천만 장을 향해 가는 앨범 판매고
2020년 6월 1일에 발매한 아홉 번째 미니앨범 'More & More'는 단 하루 만에 26만 5,000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미니 8집 'Feel Special'의 초동 판매량(앨범을 내고 일주일 판매량을 집계)이었던 15만 4,000 여장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2015년 10월에 발표한 'The Story Bigins' 이후 트와이스는 그렇게 데뷔 4년 8개월 만에 52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고, 나연의 솔로작을 포함해 근작 'Ready to Be'까지 세계 누적 판매량은 거의 2,000만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꾸준히 열심히 해오지 않았다면 손에 넣을 수 없었을 대기록이다.
'Ready to Be' 빌보드 앨범 차트 2위
박진영과 멤버들 입장에선 아직 목마르겠지만 13집 미니앨범 'Ready to Be'가 미국 내 피지컬/디지털 앨범 형식으로 100만 장이 팔려나가며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2위에 오른 일은 분명 작지 않은 성과다. 이는 'Eyes Wide Open'에서 'Taste of Love'로 넘어가며 한 차례 크게 도약(72위에서 6위로)하고 'Formula of Love: O+T=<3'와 'Between 1&2'가 3위까지 치고 올라간 이후 트와이스의 빌보드 최고 기록이었다. 짧은 기간에 큰 인기를 얻어 정상에 오르는 일도 눈부신 일이겠지만 이처럼 긴 시간 천천히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풍경이 때론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물론 트와이스의 인지도를 극적으로 올려준 'Cheer Up'으로 2016년 'MAMA 올해의 노래'상을 받은 뒤 연이어(2017년엔 'Signal'로, 2018년에는 'What is Love?'로 받았다) 두 차례 더 같은 상을 수상한 일이나, 스포티파이에서 1000일 만에 20억 스트리밍을 돌파한 기록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트와이스가 가장 자부심을 가져도 될 일은 바로 데뷔 9주년에 9명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겠다. 'NME'가 지적한 대로 과거 트와이스가 거침없는 에너지, 대담함을 앞세웠다면 지금의 그런 트와이스는 성숙을 동반한 안정된 라인업으로 미래를 타진하고 있다. 어쩌면 트와이스가 이룬 가장 큰 성과란 아홉 명이 9년을 버텨 냈다는 존재 자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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