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유출범죄, ‘경미한 피해’·‘초범’ 등 감경 신중해야”

양형위원장 “기술침해 범죄 대응은 국가경쟁력 좌우하는 사안”
“‘상당한 정도의 기술(기술데이터 포함)이 유출된 경우’ 추가 명시해야”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반도체 등 산업기술을 유출한 범죄자를 처벌할 때 경미한 피해나 초범여부에 따른 감경처벌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6일 오후 대법원 대강당에서 지식재산·기술 침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수정안은 신설된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조항에서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기존엔 최고 형량이 징역 9년에 그쳤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해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자리에서 이상원 양형위 위원장은 “기술침해 범죄에 대한 대응은 피해기업이나 산업계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사안”이라며 엄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성준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안보과장은 “민간에서는 각종 초범에 대한 감경에 대해 굉장히 많은 문제를 제기했고, 집행유예도 신중하게 선고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술유출 범죄는 어차피 대부분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오히려 수사기관이나 피해기업이 초기 대응을 잘해 상당한 정도의 기술이 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발생 전에 조기 적발한 경우, 또는 제품화 등 상업화에 시간이 걸리거나 기술의 가치산정이 곤란한 경우 등에는 유출자에게 특별양형인자로서 너무 유리하게 기능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상당한 정도의 기술(기술데이터 포함)이 유출된 경우’를 양형기준에 추가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김한울 검사(양형위 전문위원)는 “양형기준을 보면 횡령·배임 범죄에서 대량 피해자를 발생시킨 경우 또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그리고 사기 범죄에서도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라고 동일한 취지의 양형인자를 규정하고 있어 기술유출 범죄군에서만 워딩을 다르게 선정하는 것은 다소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수정 필요성이 있다면 다음 양형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전반을 같이 수정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김웅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비밀 침해범죄의 권고형량범위를 기존보다 상향하는 것에 찬성하나, 법정형이 유사한 범죄보다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만약 현행 수정안대로 영업비밀 침해범죄의 권고형량범위를 법정형이 유사한 다른 범죄보다 더 높게 설정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양형에 대한 규범적 상향 필요성이 있다’는 추상적인 서술보다 구체적인 근거가 반드시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양형위 전문위원)는 “지식재산권범죄와 달리 기술침해범죄는 개인적 법익을 넘어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국가 간 기술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의 규범적 상향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입법자의 의사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말한다. 법관이 ‘법정형’(각 범죄에 대응해 법률에 규정돼 있는 형벌) 중에서 선고할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법률에 규정된 바에 따라 형의 가중·감경을 함으로써 ‘처단형’을 정하는데, 다시 그 범위 내에서 특정한 선고형을 정하고 형의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참조하는 기준이 바로 양형기준이다.

양형기준은 구속력은 없으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 없다. 양형위는 공청회 의견 등을 종합해 다음 달 25일 해당 양형기준 개정안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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