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위고비’도 韓보다 日서 먼저 출시되는 까닭은?

김진호 2024. 2. 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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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위고비' 22일 출시...레켐비는 지난해 상륙
위고비 국내 출시 미정, 레켐비는 허가 결론도 안나와
업계 " 일부 신약의 문제...외자사약 韓도입 多"
식약처, 2023년 PMDA보다 4배 많은 신약 허가해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해외 제약사(외자사)가 개발한 최신 신약이 아시아 지역 중 일본에서 가장 먼저 출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치매 치료제 ‘레켐비’나 비만 치료제 ‘위고비’ 등이 모두 일본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상륙하게 됐다. 국내 의약 당국과 업계에서는 “화제성 있는 일부 신약의 일이다”며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외자사의 신약이 허가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공=PMDA, 식약처)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비만 신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달 22일 일본 시장에서 전격 출시된다. 2021년 미국에서 승인된 위고비는 지난해 3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품목허가된 바 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미국과 영국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6번째로 일본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PMDA보다 1달 늦은 2023년 4월 위고비를 승인했지만,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비만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허가 심사 결론이 1달 늦게 나온 것은 큰 차이가 아니다”며 “위고비 수요증가로 공급 차질이 빚어졌음에도 개발사 측이 일본 시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출시에 나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위고비의 출시가 늦어지는 것은 개발사의 결정일뿐이지 국내 당국의 허가 지연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치매 대상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국내 허가도 일본에 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에서 레켐비가 정식 승인된 다음, 이 약물의 글로벌 무대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같은해 9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일본에서 레켐비가 허가됐다. 3달 뒤인 12월에는 레켐비가 일본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반면 식약처는 지난해 7월 레켐비의 허가 심사를 개시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빨라야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 중에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치매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레켐비의 개발사 중 하나가 일본의 에자이다. 이 때문에 자국 내 임상 등을 개발 때부터 PMDA와 소통해 온 것”이라며 “당연히 한국보다 빨리 도입될 수 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출시되는 비만약 ‘위고비’(위)와 치매약 ‘레켐비’(아래).(제공=노보 노디스크, 바이오젠)
한편 외자사 신약의 도입 사례는 2023년 기준 한국이 일본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일본 후생노동성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은 해당 기간 순서대로 32종과 8종의 신약을 품목허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약품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외자사들이 신약을 도입할 때 시장 규모 역시 중요한 요소다”며 “한국보다 더 규모가 큰 일본 시장을 우선해 절차를 밟는 것이 보통이다”고 설명했다. 외자사가 더 큰 의약 시장을 보유한 일본 내 승인 절차에 힘을 쏟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의약품 시장은 10조9395억엔(당시 한화 약 105조5100억원) 규모였다. 한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일본의 약 30%인 29조8595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언급한 레켐비를 적용해보면 이 약물을 이용할 일본 내 치매 환자는 한국보다 4~5배 많은 543만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이어 “더 큰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 (외자사가) 식약처보다 일본 당국의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의약 강국인 일본의 문턱이 높아 승인되는 약물이 꾸준히 적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새롭게 등장한 외자사 신약 중 60~70%가 일본 시장 진입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자사 신약의 일본 진출은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11월 신약 승인시 자국 내 임상 단계를 단축하는 ‘선구적 의약품 승인 제도’를 공표하면서다.

이 제도에 따르면 ‘획기적 신약 여부’와 ‘적응 질환의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해외에서 임상 3상까지 진행된 신약의 일본 도입 시 1상 없이 곧바로 2상부터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안전성을 평가하는 1상을 거치지 않을 경우 일본 내 신약 도입이 최소 2년~4년 가량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바이오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난치성 질환 대상 신속 심사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유전자 치료 신약은 1/2상 후 조건부 허가를 밟게 된다”며 “해외사가 발굴한 희귀질환 신약 후보물질이 1상없이 일본에서 2상부터 시작하면 관련 시장과 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환자의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나 관련 산업 연계성 등을 고려해 신약 우선 심사 제도 등이 적극적인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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