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민주노총 편법 지원 의혹
혈세 낭비 논란에 감사원 칼 들어 “과도한 지원 개선해야”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재임 시절 70억원 이상 투자한 건물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에 5년 동안 무상 이용하도록 해서 특혜성 편법 지원 의혹이 나온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수원 인계동 중심가에 있는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을 현재까지도 임차료 없이 사용 중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70억 '노른자 건물' 공짜로 쓰는 민주노총
시곗바늘을 2020년 4월로 되돌려보자. 이 대표가 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경기도는 해당 건물을 41억원에 매입했다. 추가로 도비 32억원을 들여 내부 리모델링 공사도 마쳤다. 모두 경기도 예산이 투입됐다. 이 알짜 건물을 민주노총은 2020년 5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건물관리인 급여(연 7000만원)와 전기요금, 관리비 등 매년 약 1억원에 가까운 운영비도 세금을 통해 무상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단체를 놓고 특혜성 편법 지원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에 따르면, 행정 재산을 관리·위탁 받은 수탁자(민주노총)가 직접 사용하는 경우 또는 제3자가 전대해 사용하는 경우를 공유재산법령에 따른 '사용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있다. 특정 단체의 사무실로 제공하는 것은 '공유재산법 제24조'에 따른 사용료 면제 대상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법적 근거 없이 '경기도 노동복지센터 운영 위·수탁 변경 협약서'를 작성했다. 시사저널은 이상원 경기도의원(국힘·고양7)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당시 협약서를 보면, '수탁자는 노동복지센터를 무상으로 사용한다. 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2개 층 내에서 제3자에게 전대할 수 있다. 전대기간은 위·수탁 계약기간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수탁자가 제3자에게 전대할 경우 보증금을 수령할 수 있다. 경기도는 제3자의 보증금 반환을 책임지지 아니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70억원 이상 세금을 들여 투자한 건물을 민주노총이 무상으로 사용하게 길을 만들어준 셈이다.
민주노총을 위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또 있다. 경기도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에 민간 위탁한 '경기노동복지센터' 운영비 지원을 위해 관련 지침을 여러 차례 바꿨다. 2020년 4월까지만 해도 위탁기간은 2년이었다. 당시 류광열 경기도청 노동국장은 제343회 임시회 제1차 경제노동위원회 회의에서 "경기도 근로자 복지증진과 복지시설지원에 관한 조례 제14조 3항에 따라 계약기간은 2년"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류 국장은 "운영비는 '독립채산제'(산하기관의 재정을 모(母)기관의 재정으로부터 분리해 운영하는 제도)를 원칙으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4개월 후 갑자기 기존 2년의 위탁운영 기간을 5년으로 늘렸다. 두 달 후엔 5년 '재계약'도 가능토록 조례를 개정했다. 쉽게 말해, 민주노총이 한 차례 위·수탁을 연장 갱신하면 10년까지 무상 임차할 수 있는 것이다. 그해 10월에는 "규모가 작아 독립채산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례를 개정하면서 운영비(연 1억원)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제10대 경기도의회에서는 '95%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을 중심으로 조례 개정이 빠르게 강행됐다.
이상원 경기도의원은 최근 시사저널을 만나 "수원 인계동 건물 매입, 리모델링, 민주노총 무상 임대 등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지사)가 민주노총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 도민의 세금을 갈취해 사익을 취하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도 동일한 지적 사항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도 김동연 경기지사는 왜 아무런 대책을 취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이 든다. 즉각적인 제도 개선이 없는 한 특혜 논란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협약서 작성 당시 노동 관련 법률인 근로복지기본법 제28조, 제29조 '근로복지시설의 운영위탁' 등에 대한 조항에 근거해 위탁운영하게 됐다"며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근로복지기본법 외에 적용해야 하는 공유재산법령 '위탁료 산정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공유재산 관련 법령 검토에 대한 부분이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시사저널은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관련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상당수, 지자체로부터 특혜 받아
경기도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12곳의 광역자치단체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이 무상으로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과 울산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20~30년 이상 공짜 사무실로 쓰던 민주노총과 현재 소송 중이다. 계약이 종료되고, 새 운영법인이 선정됨에 따라 강북노동자복지관(옛 질병관리본부)에서 사무실을 빼야 한다. 12개 노동단체 중 민주노총 서울본부,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이주노동자노조, 전국건설기업노조 서울지부,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등 5곳이 아직 사무실을 빼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불법 점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당시 민주노총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어용노조'라고 비난까지 했다. 민주노총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2011년 10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부터다. 민주노총은 박 전 시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박 전 시장은 취임 직후 불법 파업으로 해직된 지하철공사의 민주노총 조합원을 복직시켜 '보은 인사' 논란을 빚었다. 민주노총 정책국장을 서울시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보좌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강북근로자복지관에 입주한 것도 이 무렵인 2011년 12월이다.
울산에서는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노동화합센터를 무상으로 임차해 쓰고 있다. 2021년 재건축에 들어가 작년 10월9일 개소식을 열었다. 울산시에서 약 70억원을 지원했다. 이 건물의 소유자는 울산시지만,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임차료를 내지 않는다. 건물 파손 시 시설 보수 금액도 울산시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곳 외에도 원주, 춘천, 포항 등 상당수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노동복지관 등 지자체 소유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감사원 "경기도 등 지자체가 즉각 개선해야"
보다 못해 감사원이 나섰다. 감사원은 최근 경기도를 비롯해 12개 지방자치단체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건물을 민주노총이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즉각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1월18일 감사원은 '근로자종합복지관 무상사용 등에 대한 위탁 운영관리 미흡' 제목의 통보문을 공개했다.
감사원은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12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노동조합 등이 근로자종합복지관을 사무실 용도로 무상 사용하고 있다"며 "공유재산을 무상 사용하는 수탁자에게 운영비까지 과다하게 지원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공유재산법과 지자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 부합하는 위탁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위탁료 산정 절차에 따라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복지관을 위탁운영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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