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정유업계···효자 '윤활유'에 눈 돌린다

강민경 2024. 2. 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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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률 20% 웃돌아
정유사업 부진과 대조적…대외변수 부담 적어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글로벌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주요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윤활유 부문이 선방한 것으로 파악됐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 4곳의 윤활유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20.4%로 정유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이 1.9%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부업으로만 여겨지던 윤활유 사업이 안정적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으며 실적 버팀목이 된 것이다.

본업보다 잘나가는 ‘비(非)정유’, 윤활유가 뜬다

정유 4사 연간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유 4사의 연간 매출은 189조7310억원, 영업이익은 5조62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 60%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각사별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1조903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각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씩 줄어든 1조6838억원, 1조4186억원으로 파악됐다. HD현대오일뱅크의 연간 영업이익은 61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78% 감소, 1조원에 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최대 실적을 냈던 2022년에 대한 기저효과이기도 하다. 2022년 상반기부터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던 정유업계는 지난해 반전된 업황에 수익성 급감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엔 정제마진이 들쑥날쑥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등의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보통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2분기 평균 배럴당 0.9달러까지 추락, 3분기엔 7.5달러까지 반등했으나 4분기 다시 4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정제마진이 꾸준히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대조적이다. 2022년 6월엔 정제마진이 약 3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8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줄었고, GS칼텍스 역시 전년 대비 74% 감소한 8802억원을 거뒀다.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부문 영업이익으로 각각 3991억원, 624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83%, 70% 감소했다.

'전기차용 윤활유' 선점 속도내는 정유업계 

2023년 정유4사 윤활유 정유 사업 영업이익./그래픽=비즈워치

반면 지난해 윤활유 사업에선 이익이 늘며 해당 부문이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윤활유 사업부문에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9978억원, 8157억원을 냈다. 이는 각사 정유부문 영업이익을 웃도는 수치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된 4651억원, 1463억원의 영업이익을 윤활유 부문에서 거뒀다.

윤활유는 정유 대비 매출 비중이 낮아 그간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최근 정유 부문 부진이 이어지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대외적 요인에 따른 변동이 적어 안정성을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윤활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종 기계의 활동부나 전동부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마찰을 줄이고 부식을 방지하는 윤활유는 내연기관차의 필수요소일 뿐만 아니라 신사업으로도 주목받는다. 

전기차용 윤활유가 대표적이다. 전기차의 모터를 냉각하고 기어의 마찰저항을 줄여 '전비'를 향상시키는 전용 윤활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전기차 비중이 전체 자동차 수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 역시 2040년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해 9월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를 통해 전기차용 제품 'ZIC e-FLO'를 출시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EV' '세븐 EV' '현대엑스티어 EVF' 브랜드를 각각 선보인 바 있다. 

전력효율화 시장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액침냉각유’도 뜨고 있다. 윤활기유를 원료로 냉각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열관리 플루이드다. '액침냉각'은 냉각유에 직접 제품을 담가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로, 공기를 이용한 공랭식 대비 총 전력효율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는 자동차·선박·엔진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어 신사업 추진에 용이하다"며 "각사가 신사업의 일환으로 윤활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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