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기대감에 개미들 실탄 장전… IPO도 훈풍 [한강로 경제브리핑]

안승진 2024. 2.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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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이달 들어 53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자예탁금이 53조원을 넘어선 것은 금리인하 기대감에 증시가 반등했던 지난달 초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지난해 한파를 겪었던 공모주에도 올해 들어 자금이 쏠리는 모양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 투자자예탁금 늘고 CMA 자금은 IPO에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56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4일(54조2492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금액으로 증시대기자금의 성격을 가진다. 코스피는 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진 상황에서 개인들도 코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497.09로 마무리됐던 코스피는 지난 16일 2648.76으로 장을 마치며 이달 들어 6.1% 상승했다.

공모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지난 13일 77조518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이후 이틀 뒤인 15일에는 68조7317억원으로 8조7863억원이 급감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예탁 받은 자금을 단기 투자할 수 있는 계좌를 말한다. 공모주 흥행이 이어지면서 투자금이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첫 조(兆)단위 코스피 상장 종목인 에이피알(APR)에는 지난 14~15일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 13조9100억원이 몰렸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이에이트, 케이웨더, 코셈 등 종목 청약까지 고려하면 약 20조원의 증거금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투자 관심을 나타내는 CMA 계좌 수도 지난 15일 기준 3855만개로 전년(3611만개) 대비 200만개 이상 증가했다. 올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LG CNS, SK에코플랜트, 케이뱅크, 할리스 등 대형 기업들이 상장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PO에 대한 관심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는 3월 국내 증시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6월 이후로 지연됐지만 디스인플레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주식시장 낙관론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기업 주주총회 시즌 내 주주환원 검토 빈도가 작년 3월 역대급으로 높았다”며 “올해 주주 총회 시즌 내 환원 정책 관심은 작년보다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고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10억1381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고 일본주식도 2759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순이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코스피가 박스권 등락을 이어오자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급등한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며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진적으로 장기적 성장성이 보장되는 해외, 특히 미국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거리 모습. AFP연합뉴스
◆ 5대 금융그룹 해외 부동산 1조원 손실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1조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금융그룹들의 관련 손실 규모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모두 782건이다. 이는 금융그룹들이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달리 자체 집행한 투자로 전체 원금은 20조3868억원에 달한다.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은 2조139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에 모두 10조4446억원을 투자했다. 대출 채권 외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80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금융 2조7797억원(133건), 하나금융 2조6161억원(157건), 농협금융 1조8144억원(55건), 우리금융 4305억원(41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9조3444억원으로,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이 -10% 넘게 손실을 봤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투자 손실을 가장 크게 입은 곳은 북미 지역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은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다. 이곳의 현재 평가 금액은 10억7500만원이다. 평가 수익률을 따지면 -94.02%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짠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6억7000만원으로 급감했다. 기준일에 현재 평가 금액을 회수한다고 가정할 때 내부수익률(IRR)은 -63.30%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건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2018년 6월 이 건물에 114억2242만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4억5000여만원을 배당받았지만 IRR이 -98.49%를 기록했다. 농협생명보험도 같은 시기 571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 금액은 0원이다. 누적 배당금은 23억원이며 IRR은 -98.35%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그룹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비상 대응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 챗GPT 투자 주의보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등을 이용해 고수익 투자를 미끼로 한 불법 금융투자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활용한 투자사기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편취하는 불법투자사이트 및 게시글을 1000여건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의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가운데 구체적으로 피해혐의가 확인된 56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를 의뢰한 불법 금융투자업자는 가짜 투자 앱 등을 통한 투자 중개 사기가 46.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넘기는 투자매매 사기(37.5%), 미등록·미신고 투자자문(14.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선물거래, 비상장주식 등 일반인이 투자정보를 알기 어렵거나 단기 가격 변동성이 큰 고위험 투자를 미끼로 투자사기를 벌였다.

특히 최근 들어 챗GPT를 활용한 AI 자동매매 투자기법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행태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위 공무원, 교수 등을 사칭해 글로벌 운용사가 자체 개발한 AI 프로그램이나 챗GPT 등을 활용한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가짜 앱을 통해 투자를 유도했다. 증권사를 사칭해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자금을 모집하거나 기관계좌를 이용한 블록딜(시간 외 매매) 등을 빌미로 공모주를 싸게 배정받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앱 설치를 유도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나 소속 임직원을 사칭한 불법 금융사기 피해가 성행하고 있어 유관기관 및 금융회사 등과 신속한 공조를 통해 관련 사기사건 발생 시 소비자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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