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아름다운 노년이 되려면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멋있게 늙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중 김동배 교수가 쓴 '신노년문화'에서 실마리를 발견했다. 아름다운 노년이 되기 위한 3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기에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을 만큼 잘 정리되어 있다. 필자는 하나만 덧붙여 아름다운 노년이 되기 위해 지향해야 할 4가지를 적어 본다.
첫째,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노년이 된다. 병원에 가보면 간호사가 나이 많은 환자들과 얘기할 때 애에게 이야기하듯 말하는 걸 자주 본다. 노년은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적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립하려는 노력 없이 의존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면 사회적으로 인격적인 대접을 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나이 들었으니 의존해도 되겠지’라는 마음 자체를 품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게 경제적, 육체적 의존이다. 경제적인 문제야말로 죽을 때까지 독립적이어야 한다. 축적해 둔 자산을 양도하면 자신의 가치도 사라지면서 주체성을 잃고 의존적이 된다. 노후의 돈 관리를 잘 배워서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을 지켜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본인이 싫든 좋든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독립적인 노년을 위해서는 돈관리와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다.
둘째, 열린 노년이 된다. 노년은 고집스럽고 폐쇄적이 되기 쉽다. 나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부연 설명이 많아지고 자기 말만 하게 된다. 자신의 관점을 고집한다. 자기의 관점으로 보면 젊은 사람은 늘 성에 차지 않는다. 수년 전의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는 버릇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수년 동안 줄곧 노인이 젊은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노년의 관점으로 젊은이를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관점으로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누리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세상이 왜 이래, 엉망이야, 우리 때는 이러지 않고 좋았는데’라는 관점으로 보면 ‘투덜이’가 된다. 옛날과 달리 얼마나 좋게 변했는가? 디지털 기기를 익히면 SNS에서 친구를 만나고 세계의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세계 물건을 배달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고 심지어 대화 상대도 된다.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카페가 있어 좋은 음악과 차를 만끽할 수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배우고 누려야 한다.
셋째, 주는 노년이 된다. 노년은 아무래도 받는 입장이 되기 쉽다. 사회 복지의 혜택을 많이 받고 양보도 받는다. 그러다 보면 이를 너무 당연하게 여겨 받으려고만 하게 된다. 심지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한 노년이 되면 결코 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그러면 노년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넉넉한 사람은 돈을 줄 수도 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을 주고, 시간이 많은 사람은 시간을 줄 수 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주면 된다. 자원봉사는 보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여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는 것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캐치프레이즈가 ‘봉사를 받지 말고, 봉사를 하자’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예절을 아는 노년이다. 이 항목은 김동배 교수의 3가지 제안에 필자가 덧붙이는 부분이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 보면 나이가 들수록 인사 회수가 줄어든다. 꼬마일 때는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초등학교까지 지속되지만 중학교를 넘어서면 점차 줄어들고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 그리고 노년이 되면 무뚝뚝한 얼굴로 인사를 대신한다. 가뜩이나 살이 처지면서 표정이 무뚝뚝해지는 데 내버려두면 남이 보기에 화사람처럼 된다. 밝은 표정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자주 본다. 말을 하대하면서 훈계를 하고 나무란다. 이전에는 자식도 성인이 되면 하대하지 않는데 생면부지의 젊은 사람을 나무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식 같아서 하는 말’이라고들 변명하는 데 자식처럼 해준 것 하나 없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대통령을 만나면 자기보다 나이 어리다고 하대하겠는가?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예절을 지켜야 한다. 은퇴교육 과정에 디지털 교육과 함께 예절 교육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노년을 위한 현대식 예절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2023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950만명이 되었고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넘는 초고령사회가 온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900만명이 되고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가 된다.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사회가 온다. 노년이 아름다워야 사회도 아름다워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독립적인 노년, 열린 노년, 주는 노년, 예절을 아는 노년’, 이 넷을 잘 지켜 아름다운 노년이 되었으면 한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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