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쿠바

김재근 선임기자 2024. 2.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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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쿠바의 역사는 매우 비극적이다.

미국은 턱 밑에 있는 쿠바를 손에 넣으려 기회를 노렸고,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겨, 쿠바를 장악했다.

쿠바 혁명 이후 단절됐던 공식적인 관계가 65년만에 재개된 셈이다.

지금도 쿠바에는 1100여명의 한인 후손들이 살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1만4000여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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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카리브해 쿠바의 역사는 매우 비극적이다. 수천년 전부터 원주민이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살아왔고, 1492년 콜럼버스가 이 섬을 발견한다. 이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됐고, 원주민들은 혹독한 착취와 서양인이 갖고 들어온 질병에 의해 멸종됐다. 스페인은 금 채취와 사탕수수, 커피, 담배를 생산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수입하여 식민체제를 유지했다.

쿠바는 1511년부터 1898년까지 약 400년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이 기간 동안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벌였다. 미국은 턱 밑에 있는 쿠바를 손에 넣으려 기회를 노렸고,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겨, 쿠바를 장악했다. 미국은 이때부터 쿠바의 권력과 경제를 좌우했고, 친미 세력이 쿠바를 통치했다.

1953년부터 시작된 '쿠바 혁명'은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여 1959년 1월 1일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쿠바는 일당독재,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해왔다.

우리 정부가 쿠바와 전격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쿠바 혁명 이후 단절됐던 공식적인 관계가 65년만에 재개된 셈이다. 쿠바는 대한민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 반갑고 기쁜 일이다.

멀리 떨어지긴 했어도 쿠바는 우리와 꽤 인연이 깊은 나라이다. 일제 때인 1921년 멕시코를 거쳐 한국인 300여명이 쿠바에 이주하여 정착했고, 돈을 모아 독립운동을 돕기도 했다. 6.25 때는 우리에게 27만 달러 상당의 물자를 보내왔다. 지금도 쿠바에는 1100여명의 한인 후손들이 살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1만4000여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다. 우리 영화와 드라마, 노래를 좋아하는 한류 팬도 많다고 한다.

쿠바는 오랜 세월 북한과 혈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의 방해를 뚫고 어렵게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이다.

쿠바는 현재 살인적인 인플레에 시달리는 등 위기를 겪고 있지만 민간기업을 허용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쿠바 양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하고 긴밀한 교류,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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