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사망·사퇴 수두룩…바이든·트럼프 중도하차 확률은

정인설 2024. 2. 1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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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들, 대선 후보 사퇴 시나리오 거론
WSJ, 재선 포기한 린든 존슨 사례 제기
시어도어 루즈벨트로 본 바이든 재선 도전 배경

조 바이든 대통령이 81세의 나이로 재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특검 보고서로 기억력 논란이 더 커지고 있지만 86세까지 대통령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유력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사법 리스크'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어느 때보다 위태위태한 두 후보가 겨룰 공산이 큰 미국 대선입니다. 그런 만큼 경선 초반부터 중도 하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자체적으로 후보 사퇴설을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지만 칼럼을 중심으로 언론상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안에 테디 있다" 

19일(현지시간)은 '미국 대통령의 날'입니다. 1971년부터 전임 대통령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2월 셋째 월요일을 공휴일로 정했습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일(2월22일)과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일(2월12일)의 중간 날짜입니다. 

대통령의 날 전후로 워싱턴에서 붐비는 곳이 있습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의 공식 초상화를 한데 모아 놓은 미국 국립 초상화미술관입니다. 짧은 미국 역사에서 내세울 만한 예술 작품이 부족한 만큼 대통령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대표 작품으로 내세운 곳입니다. 대통령들의 일대기를 모아 놓은 게 곧 미국 역사이니 만큼 미국 역사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사는 순환하고 반복되는 것처럼 역대 대통령들 중에 현재 대통령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은 다르지만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이하 시어도어)의 인생을 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삶이 오버랩됩니다. 시어도어는 29대 대통령으로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처삼촌입니다. '테디'라는 별칭으로도 불렸습니다. 

시어도어는 젊을 때부터 승승장구했습니다. 40세에 뉴욕주지사로 당선됐고 다음해 갑자기 부통령 후보로 발탁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실권이 없는 부통령직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대통령이 됐습니다. 1901년 9월 당시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이 암살되자 부통령이던 시어도어가 대통령직을 승계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42세로 최연소 대통령이었습니다. 본인은 항상 운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자신의 능력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결국 연임에도 성공했습니다. 

이어 동료였던 윌리엄 태프트를 후임 대통령 후보로 밀다 정책상 이견으로 완전히 등을 졌습니다. 의견 충돌 끝에 본인이 또다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공화당 경선에서 패배해 태프트가 1909년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시어도어는 포기를 몰랐습니다. 1912년 대선에선 진보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공화당 내 분열로 어부지리로 민주당 후보인 우드로 윌슨이 당선돼 8년간 대통령으로 일했습니다. 

경선 중 재선 포기한 전직 대통령 


'부통령이 최악의 직업'이라는 우스갯 소리처럼 바이든 대통령도 부통령에서 끝나지 않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리고 연임을 노리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되면 공식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만 4000개가 넘습니다. 비공식적인 자리까지 합하면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연임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막강한 자리를 포기한 역대 대통령도 있습니다. 불명예 퇴진한 리처든 닉슨 전 대통령(1969~1974)도 있지만 스스로 연임을 포기한 이들입니다. 

민주당 안팎에선 린든 존슨 대통령(1963~1969) 사례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전임자인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뒤 안정적으로 정국을 이끌었지만 베트남 전쟁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3연임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대승이 예상되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간발의 차로 1위에 오르자 경선을 포기했습니다. 60세가 된 뒤 급격히 악화한 건강도 중도하차를 택한 배경이었습니다. 존슨 전 대통령의 스토리를 81세의 나이에 '두 개의 전쟁'으로 고전 중인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하는 칼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친 민주당으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WP) 뿐 아니라 비교적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WSJ)까지 동조합니다. 페기 누난 WSJ 칼럼니스트는 '민주당은 바이든에 너무 안주하고 있다'는 칼럼에서 존슨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면 민주당의 영웅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이 그의 최대 유산이 될 수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바이든 트럼프 중도 하차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세등등합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앞서고 있고 천문학적인 벌금은 각종 모금과 사업으로 헤쳐나갈 태세입니다. 본인 브랜드로 발매한 399달러짜리 황금색 스니커즈 1000켤레는 사이트 개설 몇 시간만에 모두 매진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옥행과 거액의 벌금을 피하려면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중임에 성공한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22대·24대)도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은 23대 대통령인 벤저민 해리슨에게 패한 뒤 리턴매치에서 승리했는데 트럼프 역시 바이든에 설욕하는 역사를 반복하려고 이를 갈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주를 공화당 경선에서 쐐기를 박는 시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4일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 차로 헤일리 전 대사를 이기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초격차로 승리하면 본인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사진 오른쪽)를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힐 전망입니다. 대선자금을 관리하는 공화당 전국위 위원장에 가족 구성원을 선임하면 선거자금과 당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역대 대선 후보상 최대 '사법 리스크'는 만만치 않습니다. 트럼프는 1·6 의회 난입과 대선개입, 기밀문서 유출, 성 추문 입막음 의혹 등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 재판이 시작되는 다음달부터는 거의 매일 법원에 출두해야 합니다. 

천문학적인 법률 비용도 감당해야 합니다. 이미 물어야할 벌금과 보상금만 4억4000만달러(약 5876억원)입니다. 변호사비 등으로 사용한 금액만 5120만달러입니. 블룸버그통신은 7월이면 트럼프 캠프의 자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캐런 투멀티 WP 부편집장은 지난 14일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되나'라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각 당의 전당대회 전 출마 포기, 전당대회 후 중도하차, 취임 후 사퇴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실제 미국 역대 대통령 중 9명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4명이 암살당했고 4명은 병사했습니다. 1명은 워터 게이트로 탄핵당하기 직전 자진 사퇴한 닉슨 대통령입니다. 

투멀티 부편집장은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상상하기 힘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규칙이 마련돼 있다"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업무 처리 방식과 주요 결정권자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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