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앉아서 떼돈 버는 섬이 있다고?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이 거세질수록 돈을 버는 지역이 있다. AI 모델·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이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과는 다른 이유로 세계적인 AI 수요 급증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IEEE(미국전기전자공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전문지 IEEE스펙트럼은 최근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국령 앵귈라(Anguilla) 섬을 주목했다. 전라남도 완도와 비슷한 91㎢의 면적에 약 1만6000명이 거주하는 이 작은 섬은 AI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덕분에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닷KR(.kr)과 같이 국가나 독립지역에 할당되는 최상위 인터넷 도메인(ccTLD)으로 이 섬은 닷AI(.ai)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생성형AI 대표주자인 오픈AI는 지난해 11월 직원들의 주식 매각 과정에서 최소 800억달러(106조8400억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MS(마이크로소프트)가 100억달러 투자를 발표한지 10개월여 만에 몸값이 거의 3배가 됐다. 또 엔비디아는 AI학습용 GPU(그래픽처리장치)로 귀하신 몸이 됐다. MS를 비롯한 클라우드 기업들도 AI인프라 수요에 수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머다 하고 바쁘게 새 소식을 쏟아내는 이들에 비하면 앵귈라는 비록 규모는 덜해도 그저 앉아서 돈을 쓸어 담는 셈이다. 앵귈라 정부를 대신해 '.ai' 도메인 판매를 관리하고 있는 빈스 케이트(Vince Cate) 데이터헤이븐닷넷 설립자는 IEEE스펙트럼과의 인터뷰에서 "챗GPT 출시 이후 5개월 동안 매출이 거의 4배나 늘었고, 그 뒤로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평준화됐다. 이미 정부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ai' 도메인 수익에 대해 "한 달에 약 300만달러(약 40억원)"라고 밝히면서 "현재 수익은 모두 (2년 계약의) 신규 도메인에 해당하며, 1년 뒤쯤 갱신이 시작되면 월 600만달러(약 80억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말 영국 인디펜던트지 보도에 따르면 기업들은 매달 2만1000개가량 신규 .ai 도메인을 등록하고 있으며, 이로써 앵귈라는 올 연말까지 4500만달러(약 601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IANA(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가 1980년대 후반에 관심 있는 국가나 독립지역 대상으로 두 글자 도메인을 할당하면서 앵귈라가 '.ai'에 뽑힌 데서 시작됐다. IEEE스펙트럼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1994년 이 섬에 온 빈스 케이트는 이메일 사업을 하던 중 이 '.ai' 도메인 관리자가 없는 것을 알고 인터넷 개척자 중 하나이자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존 포스텔 전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운영을 맡게 됐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빈스 케이트가 도메인 관리에 대한 연락처를 정부 측으로 돌려놓자 대만의 한 회사가 이를 사갔다가 수년 뒤 문을 닫는 통에 되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앵귈라 외 지역에 도메인을 개방한 배경도 AI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그는 "다른 회사가 정부를 설득했다. 중국어로 '아이(愛)'는 사랑을 뜻한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 관련 수요 대상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고 했다"며 "난 당시에도 AI가 훨씬 더 나은 시장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요즘에는 기후위기로 가라앉는 섬으로 유명한 투발루도 닷TV(.tv) 도메인 판매로 재미를 본 곳이지만, 베리사인 등 외국 대기업들에게 관리를 맡기면서 임대료를 받는 형태였다. 앵귈라는 정부가 도메인을 직접 관리하면서 수익을 예산의 일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정부가 부채 일부를 갚았고, 주거용 건물에 대한 재산세도 없앴다"는 게 빈스 케이트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앵귈라 정부는 인디펜던트지에 "번영과 교육기회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혁신과 지역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익을 창출하고, 주민들의 정부 서비스 이용과 지역기업을 지원하며, 관광 촉진과 전 세계에 앵귈라를 마케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에서도 한 개인이 'daum.ai' 도메인을 "다음 포털사이트 메이저급 AI 도메인"이라며 당근마켓을 통해 14억3000만원에 판매를 시도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카카오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담당기관인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외국에서 특정 .ai 도메인을 사간 경우라도 KISA를 통해 되찾아올 수 있다. 다만 사칭 여부나 정당한 사유 등에 대한 입증은 신청자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도메인 수요 급증에 따라 관련 현황 파악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ai.kr'과 같은 대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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