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식 버리고 미국주식 갈아탈까”…실적 성적표 받아보니 한숨만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2. 1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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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기대치 충족한 비율
미국 80%일 때 한국 28%
실적은 주가상승 동력 역할
‘증시 밸류업’ 발목 잡을 듯
AI특수로 증시체력 튼튼한 美
S&P500 30% 더 오를수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 출처=연합뉴]스
실적 시즌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상장사들의 ‘어닝 비트(실적이 증권가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상회)’ 비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밸류업을 위해선 주주환원 강화와 더불어 실적이 중요한데, 한국 시장의 기본 체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4일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의 상장사(코스피·코스닥 포함) 중 어닝 비트를 기록한 기업은 60곳(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장사가 158곳(72%)으로 2배 이상 많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은 상장사들이 많다.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상장사 중 어닝 비트를 기록한 기업은 280곳으로 80%에 달했다.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한 기업은 70곳(20%)이다.

팩트셋은 “긍정적인 실적을 보고한 S&P500 기업의 비율은 과거 10년 평균보다도 높다”며 “분석가들은 올해 매출 성장률도 1분기 4%, 2분기 9.1%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가 주요국 시장 대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상승 동력인 실적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가는 보통 주당순이익(EPS)을 추종한다. 이익이 증가해 주당순이익이 개선되면, 주가는 상승한다.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실적 성장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시장 1위 기업인 미국의 엔비디아도 고성장 기대감에 올해 주가가 50% 올랐다. 올해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부진한 실적은 투심 위축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 작년 4분기 영업이익으로 1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64억원)를 79%나 밑도는 수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는 올해 들어 15.3%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4분기 726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시장 컨센서스(3102억원)를 76% 하회했다. 한화솔루션도 이익이 기대치를 75% 밑돌았다.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 주가도 올해 각각 9.4%, 14.9% 떨어졌다.

실적 충격에 따른 주가 흐름 엇갈림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인 반도체 종목들에서도 포착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으로 2조82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를 24%나 밑도는 수치다. 2023년 연간 영업이익도 6조5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나 급감했다.

실적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좀처럼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7.2% 하락했다.

반면 실적이 반등 중인 SK하이닉스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346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515억원 영업손실)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작년 88% 상승한 데 이어 올해에도 3.7% 올랐다. 지난 15일엔 팬데믹 당시 기록했던 고점도 넘기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실적에 따른 증시의 체력 차이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보통 증시 기업가치 평가를 할 땐, 현재 주가를 미래의 기대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인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한다.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20배를 넘어섰다. 장기 평균 수치인 16배를 넘어선다. 기술주 광풍이 불었던 지난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당시 S&P500지수의 PER은 26배에 달했다.

증시가 과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미국 증시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AI 특수를 중심으로 기술 혁명을 이끄는 ‘매그니피센트 7(M7)’의 이익 성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서치 전문 기업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내년 말까지 S&P500지수가 6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약 30%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경계가 높아진 만큼 단기 추가 상승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미국의 올해 연간 주당순이익이 9.7%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중·장기 투자 매력도는 높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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