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아침을 깨우는 SSG 특공대… KBO 공인 1등, 노력은 언젠가 보상받는다

김태우 기자 2024. 2. 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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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부터 자율적인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하고 있는 SSG 선수들 ⓒSSG랜더스
▲ 오전 5시,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센터의 클럽하우스에는 이미 불이 켜져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이 시간대의 사람들은 거의 대다수가 곤히 잠들어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SSG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재키 로빈슨 센터의 트레이닝 시설은 외관부터 불이 환히 들어와 있었다. 익숙한 한국어와 한국 노래. 분명 SSG 선수들이 새벽 5시, 그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 있다는 증거 중 하나였다.

SSG 캠프의 공식적인 하루 일과는 오전 6시 30분 조식으로 시작한다. 이후 오전 8시가 넘으면 일부 선수가 얼리워크를 한다. 어린 선수들, 기량 향상을 위해 조금 더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 혹은 코칭스태프가 뭔가의 개선점을 눈여겨봤던 선수들 대상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오전 9시 선수단 전체 미팅으로 본격적인 하루를 연다. 투‧타로 나뉘어 점심을 먹을 때까지는 말 그대로 짧은 휴식도 없이 로테이션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일정에 앞서 트레이닝센터에 나와 남들보다 하루를 더 일찍 여는 선수들이 있다. 이날은 팀 내 최선임이자 주장인 추신수를 비롯, 한유섬 하재훈 박종훈 오태곤 최민준 최준우 박대온 등이 오전 5시부터 개인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일부 선수들은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며 몸을 푼 뒤 각자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어떤 선수들은 아예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했다. 선수들은 연차에 관계없이,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골라 새벽을 열었다.

KBO 1군, 특히 1차 캠프는 아침에 일어나 점심 정도까지 운동을 하고 오후 3시 이전에는 대다수 공식 일정이 끝난다. 이후 잠시 쉬다 저녁을 먹고, 야간 훈련을 할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하는 식이다. SSG의 캠프 일정도 ‘공식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오전 5시부터 나와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게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는 숙소와 훈련 시설 거리가 가까운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센터의 장점과도 맞닿아있다. 굳이 단체로 차량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선수는 5~10분만 걸으면 된다. 이런 환경에 선수들의 의욕이 더해졌다.

훈련 시작을 일찍 하는 것으로 유명한 하재훈은 “2019년부터 일찍 나와서 훈련을 하는데, 2019년까지만 해도 오전 5시부터 훈련을 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 조금 더 많아지더니, 지난해 더 많아졌고, 올해는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선수 컨디션과 해당일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매일 10명 이상의 선수들이 오전 5시부터 트레이닝 시설에 나와 하루를 연다. 이후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훈련에 들어간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일정이지만, 그만큼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마도 KBO리그 1군 캠프에서 가장 일과를 일찍 시작하는 선수들일 것이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고윤형 SSG 수석 컨디셔닝 코치는 “선수마다 바이오리듬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언제 훈련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또 선수마다 다 다르다. 일찍 나와서 일찍 마치는 선수도 있고, 늦게 나와서 늦게까지 하는 선수들도 있다”면서 “일찍 나오는 선수들은 훈련 준비를 더 빨리 마친다는 점에서 여유는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것도 무형적인 효과다.

▲ 훈련 시작 시간이 빠른 추신수는 현역 마지막 시즌에도 자신의 루틴 그대로를 지키며 후배들의 구심점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SSG랜더스
▲ 오후 8시에도 야간 자율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여전히 단점 보완과 싸우고 있다 ⓒSSG랜더스
▲ 오후 8시가 넘어서도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에는 많은 선수들이 훈련을 진행 중이다 ⓒSSG랜더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훈련을 일찍 시작하기로 유명했던 주장 추신수 효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전히 개인 루틴에 타협이 없다. 오전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오전 5시면 시설에 도착해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추신수의 텍사스 자택에서 훈련을 했던 하재훈 박종훈 박대온이 이 ‘특공대’의 고정 멤버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캠프 때 6시에서 6시 반이면 나와서 훈련을 일찍 시작한다. 초청 선수들은 그보다 더 일찍 나와 훈련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처럼 ‘알아서 자신의 것을 하는’ 문화가 SSG에도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일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1시간 이상의 엑스트라 훈련이 진행된다. 그리고 잠시 쉬다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 식사를 한다. 공식적인 일정은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야간 개인 운동을 한다. 방망이를 들고 나가는 선수들도 있고, 가볍게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나가는 선수들도 있다. 제각기 목적은 다르지만 각자의 일정에 맞춰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 이 때문에 코치들도 쉴 시간이 없지만 오히려 반기는 내색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를 좁히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된 일정을 소화해서 그런지, 선수단 숙소의 불은 오후 10시면 거의 다 꺼진다.

선수들의 훈련이 잘 돌아갈 수 있는 건 이들을 위해 희생을 자처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바로 트레이닝 파트로 볼 수 있는 컨디셔닝‧스트랭스 코치들이 그 주인공이다. 선수들의 훈련은 자율이라 코칭스태프가 굳이 나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코치들도 새벽 5시부터 자발적으로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다. 조금이라도 이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훈련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날도 플로리다 1차 캠프에 합류한 모든 컨디셔닝‧스트랭스 파트 코치들이 오전 5~6시 사이에 출근해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었다. 스트랭스 파트에서는 선수들의 웨이트트레이닝을 돕고, 최신식 트레이닝 방법을 소개하는 데 한창이었다. 컨디셔닝 파트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에게 붙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며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이동 길목에 있는 게시판에는 알아두면 좋을 몸 관리 상식과 새로운 훈련 기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등 꼼꼼하게 신경을 썼다.

이숭용 SSG 감독도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원래부터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이 시간에 나오나”고 질문했다는 후문이다. 1차 캠프가 막바지로 흘러가면서 피로도가 쌓일 텐데도 선수들이 계속 그 일정을 지키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감독은 “컨디셔닝‧스트랭스 코치들이 제일 힘들다. 아침에 일찍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운동이 끝나면 다 마사지도 해주고 치료도 해준다. 트레이닝파트에 너무 고맙게 생각을 한다. 선수들에게 거의 일대일로 붙어서 트레이닝을 해준다. 두 파트가 너무 만족스럽고 고맙다”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사실 훈련을 언제 시작하느냐고 언제 끝내느냐가 선수의 기량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그 훈련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게 누적되어야 한다. 단순히 훈련 시간만 늘린다고 단기간에 기량이 확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습관은 시즌 때도 이어지기 마련이고, 그 긍정적인 습관은 선수 경력에 결코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력은,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 그 평범한 진리를 믿는 특공대들이 오늘도 새벽 5시, 트레이닝센터의 문을 열고 있었다.

▲ 컨디셔닝, 스트랭스 파트의 헌신 속에 선수들도 큰 부상 없이 1차 캠프를 마쳐가고 있다 ⓒ김태우 기자
▲ 새벽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선수들 ⓒSSG랜더스
▲ 야간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선수들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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