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타고 날개 단 행동주의 펀드…가치 제고? vs 먹튀?
"행동주의 펀드 긍정 기능 강화 위한 제도 정비 등 필요"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증권가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슈로 연일 뜨겁다. 정책 기대감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분야의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등 벌써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반대급부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다. 기업의 경영과 의사결정까지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에 기반한 행동주의 펀드의 활성화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기업 밸류업' 바탕으로 韓에서도 행동주의 펀드 목소리 커져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심이 쏠리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국내 행보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가장 이슈가 된 곳은 삼성물산(028260)이다.
삼성물산은 오는 3월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등 지분 1.46%를 보유한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연합)이 제시하는 자사주 소각과 현금 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연합 측은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안을 결의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의 배당안의 75% 이상 많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제시한 자사주 소각 방침(보통주 781만 주, 우선주 16만 주) 대신 올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장내 매입도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펀드연합은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해 주주환원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물산뿐만이 아니다. 금호석유화학(011780)도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지난 15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 권한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위임했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 측은 거버넌스 개선 및 소액주주 권리 등 주주가치 극대화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날의 칼' 행동주의 펀드…기업 가치 제고와 '먹튀' 가능성 상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요구는 '양날의 칼'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바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장점도 있지만, 기업 성장동력 재원을 좀먹고 단기 차익 실현으로 소위 '먹튀'가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이 혼재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요구 사실이 알려진 뒤, 삼성물산의 주가는 연달아 강세를 보였다. 지난 16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전일 대비 7500원(4.80%) 오른 16만380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이틀간 삼성물산을 1160억 원 순매수한 덕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단기 이익 실현에만 집중해 장기적으로 주주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물산 측은 "(행동주의 펀드 측이 요구한)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 원으로 경영상 부담이 된다"며 "이러한 규모의 현금유출이 이뤄지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도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장기 전략을 무시하고 일단 당장의 주가 상승을 위해 주주환원에 재원을 쓰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행동주의 펀드 활용해 주주행동주의 장려한 日…증시 역대 최고 수준 회복
반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벤치마킹한 일본처럼 행동주의 펀드가 결과적으로 증시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도 존재한다.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 2014년부터 일본재흥전략을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증시 부양을 추진했고,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장려하며 주주 행동주의를 강화했다.
지난 2014년 7개에 불과했던 일본 증시의 행동주의 펀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69개로 크게 늘었다. 자연스럽게 일본 상장기업들의 주주환원율도 상승했다.
해외자금도 크게 몰리면서 일본 닛케이 지수는 꾸준히 올라 지난 16일에는 35년 전 '버블 시대'의 최고치에 가까운 3만8487로 장을 마쳤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일본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정책들이 본격화된 후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량과 시장 주목도가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2023년 행동주의 펀드들의 타깃이 된 일본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2.2배 증가해 2520억달러를 기록하며 저평가 해소 속도가 현저했다"고 분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긍정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해상충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정보제공 기능 강화, 주주환원정책의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주주제안에 대한 해석이 편파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기업과 기관투자자간의 의견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공식, 비공식적 정보경로를 확대하고 기업경영진의 경영권 불안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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