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⑫ 위성 제작비 잡아먹는 우주 태양전지, 가격 확 낮췄다
한화시스템 사내 벤처 기업으로 출범
위성 제조비용 잡아먹는 태양전지, 탠덤 셀로 해결
“가격 60% 낮추고, 효율은 30% 달성할 것”
지구를 떠난 인공위성은 칠흑 같은 우주를 긴 시간 떠돈다. 지구나 심우주를 바라보면서 지상에서는 찾기 힘든 데이터를 포착해 지구로 보낸다. 위성과 사람을 잇는 통신장비와 우주를 담는 관측장비를 장기간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다. 혹독한 환경의 우주에서 위성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법은 태양전지다.
인공위성이 배라면, 태양전지는 전기를 공급하는 ‘돛’과 같다. 검은색과 푸른색 사이의 색을 띠는 기존 태양전지는 게르마늄 기판에 인듐을 올리고 갈륨비소를 덮어 만든다. 하지만 인듐과 갈륨비소는 희토류에 속하는 물질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광물이다. 게르마늄 가격은 지난해 8월 기준 1㎏당 1440달러(192만원), 갈륨은 345달러(46만원)로 중국의 수출 통제로 전보다 급등했다. 위성을 제작 비용에서 태양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50%에 달한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 한화가 나섰다. 한화시스템의 사내 벤처기업으로 발족해 우주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 중인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한화시스템에서 위성통신 사업에 참여해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유텔샛 원웹(Eutelsat Oneweb)과의 협력을 이끌었다.
위성제조 시장은 2030년 기준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지만, 우주용 태양전지가 산업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 대표가 만난 우주 기업 사이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섞은 ‘탠덤 셀’을 개발하는 한화솔루션이 같은 그룹에 있으니 싼 태양전지를 직접 만들면 안 되냐는 제안까지 나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유기물과 무기물이 섞여 있는 금속 산화물이다. 반도체와 부도체, 도체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물질을 발견한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의 이름을 땄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실리콘 전지보다 간단하고 저렴한 화학반응으로 만들 수 있고, 용액 상태여서 플라스틱 필름에 바르면 휘어지는 전지가 된다.
위성 제조업계의 난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던 안 대표는 태양전지를 직접 만들면 안 되냐는 제안에 사업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수소문 끝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에서 우주 태양전지를 연구한 노신영 박사를 찾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플렉셀스페이스 사무실을 찾아 값싼 우주 태양전지의 미래를 들었다.
–현재 개발 중인 우주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설명해달라.
“하부 셀로는 구리(Cu)와 인듐(In), 갈륨(Ga), 셀레늄(Se)을 박막으로 만드는 CIGS를, 상부 셀에는 포르마미디늄(FA)과 세슘(Cs), 납(Pb), 브롬(Br)으로 만드는 페로브스카이트로 구성한 탠덤 셀을 개발하고 있다. 두 개 셀로 구성해 태양전지를 만들면 이론상으로는 효율이 30%에서 42%로 증가한다. 위성에 사용하는 기존 태양전지는 효율은 30% 정도로 높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부러지기 쉬워 내구성도 떨어진다. 새로 개발하는 탠덤 셀은 박막 형태여서 견고하고 방사능에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탠덤 셀은 실리콘 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섞는데, CIGS를 쓰는 이유가 있나.
“실험을 해보면 페로브스카이트는 우주 방사능에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데, 실리콘 전지는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면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반면 CIGS는 페로브스카이트와 섞어 실험했을 때 효율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안정적인 CIGS를 놓고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얹어 현재 사용하는 태양전지와 똑같은 효율을 낼 수 있다고 봤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이 활발하지만, 아직 상용화는 안 됐다. 우주에 쓰는 건 더 어렵지 않을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로 변환하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원인은 습기인데, 우주는 진공 상태이고 습기가 없다. 오히려 우주는 페로브스카이트에는 유리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태양전지 보증기간을 주로 20~30년으로 잡는데 위성은 실사용 기간이 길면 7~9년이다. 전지 성능을 길게 끌고 가지 않아도 돼 우주용으로 개발하기 적합하다.”
플렉셀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과 고려대, 성균관대 등 태양전지 연구기관들과 손잡고 올해 8월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주 검증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유럽 우주 기업과 발사 계획도 이미 잡아놨다. 주력 제품의 이름은 ‘블루셸(BLUESHELL)’과 ‘블루택(BLUETACK)’으로, 저궤도 위성을 대상으로 한 태양전지 시장의 45%를 점유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용 탠덤 셀의 장점은 고효율·저비용 외에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태양전지는 게르마늄과 인듐, 갈륨비소를 결합하는 시간이 길지만, 새로 개발하는 탠덤 셀은 CIGS 박막에 페로브스카이트를 바르면 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벌써 플렉셀스페이스에 손을 내민 위성제조기업도 적지 않다고 한다. 플렉셀스페이스는 내년 하반기 전 제조시설을 만들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제품 출시 전인데, 태양전지의 효율은 어느 정도인가.
“올해 8월에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발표를 할 예정인데, 현재 측정된 효율은 26%다. 하지만 기존 태양전지는 웨이퍼에서 만들어 모서리 부분이 잘려져 있다. 개발 중인 우주용 탠덤 셀은 직사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태양광을 흡수하는 면적이 더 넓어 지금도 기존 셀과 비슷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내구성 측면에서는 우주 환경시험을 2만회 실시하면서 확인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그룹 내의 지원은 충분한가.
“한화 그룹 계열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포함한 다양한 국내 연구기관이 탠덤 셀을 만들기 때문에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개발과 제조공정 설계, 양산 관련해 자문을 해주고 있다. 제조공정은 4개라인으로 구성돼 원재료부터 제작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로 구축할 예정이다.”
–직원에서 CEO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이전에 우주사업팀에 있으면서 스스로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더 쉴 새 없이 일하게 됐다. 앞으로 제조시설 구축과 100명 이상의 인력 확보, 지식재산권 관리처럼 할 일이 더 많다. 그래도 현재 위성제조업체들과 의미 있는 논의들도 있는 만큼 투자도 받고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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