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8년 만에 한투證 IMA 신청 추진···“자금시장 메가톤급 이슈”

서종갑 기자 2024. 2.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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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보장되는 상품 판매하고
기업대출·회사채 등 투자가능
은행같은 수신 기능에 투자처 다양
2016년 도입 공식화에도 '유야무야'
한국투자증권 사옥. 사진제공=한투증권
[서울경제]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를 노린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서도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인 IMA 사업 자격을 취득할 경우 고객예탁금을 받아 기업대출·회사채 등에 투자가 가능해진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내 금융 당국에 IMA 사업 자격 취득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IMA 도입을 밝힌 후 8년 만에 첫 신청 사례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2017년 말 증권 업계 최초로 ‘단기금융 업무(발행어음 허용)’ 인가를 받은 데 이어 IMA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 기회를 갖게 됐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객예탁금을 기업대출·회사채 등 다양한 부문에 투자해 이익을 추구하는 계좌다. 신청 조건은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을 적립한 발행어음 사업자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만 발행이 가능한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발행 한도에 제한이 없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유리하다. 다만 손실충당금을 수탁액의 5% 이상 적립해야 한다.

IMA는 2016년 금융 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내놓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의 일환이었지만 지금까지 신청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증권사의 대형화와 명실상부한 투자은행(IB)화를 유도하려는 정책 의도에 따라 2016년 금융위원회가 IMA 도입을 공식화했음에도 이후 시행 세칙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던 탓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IMA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금융 당국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유야무야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IMA 사업 자격 취득을 위한 신청서 제출은 금융투자 업계에 새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가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당국으로부터 IMA 사업 인가를 받는 데 성공하면 고객 예탁금을 받아 회사채, 기업 대출 등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은행처럼 수신 기능을 가지면서도 투자처는 더 다양해지는 것이다. 경직된 기업 자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한국투자증권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지정 절차’를 통해 소정의 심사 후 IMA 사업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허가 수준은 아니지만 지정 절차를 밟도록 해 IMA 사업자로서 투자자 보호 조치 등 적정 자격을 갖췄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을 개시하면 자금 조달 창구가 확대됨에 따라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한국투자증권의 자본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IMA 사업 추진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성환 대표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일궈낸 ‘PF 1세대’로 꼽힌다. 리테일·브로커리지 중심이었던 국내 증권 업계가 부동산 금융에 눈을 뜨게 한 장본인이다.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으로 있던 2017년 말에는 초대형IB 지정과 함께 증권 업계 최초로 단기금융 업무(발행어음 허용) 인가를 받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평소에도 스스로를 “남과 다른 사업을 해 수익을 내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IMA 신청을 두고 “김 대표다운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호실적도 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에 뛰어든 든든한 뒷배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6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2%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2022년 말 대비 26% 늘어난 8조 2569억 원까지 증가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9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다만 IMA 사업 자격 취득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IMA 상품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예금처럼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매력적인 수익률로 고객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증권사가 손실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 고객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IMA의 투자 매력과 기업금융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손실이 날 경우 증권사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 자칫 재무 건전성 이슈가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도 투자자 원금 보장, 증권사 자산 건전성 유지안 등을 핵심으로 한 IMA 세부 지침과 관련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IMA 도입 계획을 처음 밝혔던 2016년과 현재의 법 및 금융투자 업권을 둘러싼 환경은 180도 바뀌었다”며 “투자자 보호 조치 마련부터 증권사의 건전성 확보 방안 등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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