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금 1억?…현실은 ‘남의 일’, 수당 고작 68만원

반기웅 기자 2024. 2.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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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사례에 “비현실적”
종전 연간 비과세 한도 ‘절반’
기업 대부분 월 10만원 아래
정부의 ‘세제혜택 확대’ 방안
일부 사례로 양극화 심화 우려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보육수당이 1인당 68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연간 비과세 한도 기준(120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상당수 기업이 한 달에 10만원에 못 미치는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을 지급한 부영그룹 사례는 현실에서 찾기 힘든 경우라는 뜻이다.

18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 중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신고한 근로자는 47만2380명으로 총신고액은 3207억원이었다.

출산보육수당은 기업이 직원과 직원 배우자의 출산이나 6세 이하 자녀 보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월 10만원 비과세 혜택을 줬다가 올해부터 물가상승을 반영해 월 20만원으로 상향됐다.

비과세 출산보육수당 총액을 신고인원으로 나눈 1인당 평균 비과세 수당(2022년 기준)은 67만9000원이었다. 당시 연간 비과세 한도 기준인 120만원의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다. 출산보육수당을 지급한 기업 대부분이 당시 월 10만원 비과세 한도보다 적은 수준의 수당을 지급한 것이다.

1인당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14년 57만5000원이던 1인당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은 2018년 69만9000원까지 늘었다가 최근 2년 연속 줄면서 67만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기업의 출산지원금 지급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비과세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부영그룹이 출산한 임직원의 자녀 70여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회에서는 출산지원금을 1억원까지 비과세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정부도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기업과 근로자의 입장에서 추가적인 세부담이 없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면 한도 이상의 출산수당을 받는 직원들은 비과세 혜택이 더 커질 수 있고,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유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 기업의 출산보육수당이 비과세 한도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일부 예외적인 사례만을 이유로 법을 고쳐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것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되 ‘분할 과세’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소득의 세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분할 과세 방식을 적용하면 실질적인 세 부담을 ‘증여’에 준하는 수준으로 크게 낮출 수 있다. 기업도 근로소득에 대한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기재부는 이날 “기업의 출산장려금에 대해 분할 과세로 세부담을 줄이려고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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