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간장게장으로 7년 연속 선택받은 ‘미쉐린의 남자’...美 뉴욕도 두드린다
2018~2024년,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 올라
올해 11월 목표로 미국 뉴욕 매장 준비 중
카페·와인바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단기 이익보다 중장기 계획 갖고 ‘브랜딩’ 집중”
미쉐린 가이드 리스트에 오르는 것은 많은 식당 주인들의 꿈이다. 이 가운데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 리스트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로 엄선된다.
서울 강남구청역 근처에 위치한 간장게장집 ‘게방식당’은 지난 14일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 리스트에 7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이래로 2018~2024년까지, 매 해 빠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창업 후 1년 만에 미쉐린 가이드의 선택을 받은 게방식당은 ‘아재 식당’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흰색, 검은색, 스테인레스로 포인트를 준 은색의 가게 인테리어는 간장게장 식당보다는 카페 또는 와인바를 연상시켰다. 36석의 자리가 마련된 작은 매장은 결벽적으로 깨끗하다는 인상을 줬다.
지난 15일 방건혁 게방식당 대표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게방식당 2호점에서 만났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10년간 마케터로 일하다 마흔살이 되는 지난 2017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게방식당을 열었다.
방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30년간 간장게장집을 운영한 부모님이 폐업을 결심했을 때다. 그는 단골들이 폐업 이후에도 찾아오는 모습을 봤다.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던 방 대표는 부모님으로부터 레시피를 전수받고, 이를 정량화해 가정간편식(HMR)로 개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컬리, 쿠팡 등으로 판매했다.
그는 올해 11월 미국 뉴욕에 게방식당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방 대표는 “해외에는 간장게장 전문점이 많지 않다”며 “우리 매장에 일본, 태국 뿐 아니라 스웨덴, 노르웨이, 케냐,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다음은 방 대표와의 일문일답.
―올해도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 명단에 올랐다.
“이제는 선정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있다. 창업 1년만에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오른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미쉐린 가이드 선정 과정이 궁금하다.
“2017년 1월 18일 게방식당 1호점을 열었다. 그 해 3월 어느 늦은 저녁, 프랑스 사람 5명에 한국 사람 한명이 매장에 방문했다. 매장에서 1시간 정도 있으면서 여러 음식을 먹고 말 없이 떠났다. 이후 4월, 한 남자가 점심 시간에 매장에 방문했고, 식사하고 떠난 후 브레이크 타임에 다시 왔다. 물건을 놓고 갔나 싶었는데, 그 남자는 미쉐린 타이어 명함을 주며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기업 단체 예약 관련 문의를 주는 줄 알았는데, 예상 밖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한달 전 미쉐린 가이드 본사 관계자들이 우리 간장게장을 먹어보고, 한국에서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인상 깊었다’는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지사에서 확인 차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주방, 화장실 등 청결 상태를 비롯한 여러가지를 확인했다. 그는 ‘문 연지 1년이 지나지 않은 매장은 미쉐린 가이드 리스트 선정 대상이 아니지만, 이례적으로 본사 요청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 이듬해에 바로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 리스트에 오른 건가.
“그렇다. 그 관계자가 ‘앞으로도 손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올해는 아니지만 앞으로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떠났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잊고 있었는데, 그 해 발표하는 2018년 미쉐린 가이드에 게방식당이 등재됐다. 그 순간을 정말 잊을 수 없다. 그 후 계속해서 리스트에 오르면서 많은 외국인이 찾는 매장이 됐다.”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올해 11월 미국 뉴욕에 게방식당을 열 예정이다. 태국 방콕에도 올해 말 매장을 열 예정이다. 현재는 게방식당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HMR로 홍콩 시티슈퍼, 싱가포르,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매장을 찾는 외국인들이 참 많은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오리지널’을 먹어보고 싶어서 왔다는 이야기다. 해외에는 게장 전문점은 없고, 한식당에 반찬으로 간장게장이 조금 나오는 정도에 그친다. 우리 매장을 찾는 외국인들이 참 많은 만큼, 해외에서 간장게장 전문점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어느 나라 국적의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나.
“정말 다양하다. 태국, 일본, 스웨덴, 노르웨이, 케냐, 나이지리아, 미국 등에서 손님이 온다. 우스갯소리로 직원들이 ‘외국에 있는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기분’이라고도 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손님들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이 많을 때는 90%까지 확대됐다. 한국 사람들에게 ‘왜 예약이 이렇게 어렵나’라는 불만도 들었다.
식당 SNS나 메일로 외국인들이 ‘한국에 이번에 태어나 처음 가는데, 꼭 가고 싶으니 예약하게 해달라’는 내용을 적어 보내기도 한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 최대한 외국인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어, 영어, 중국어 메뉴판을 구비해놨다.”
―하루에 몇명의 손님이 찾나.
“강남구청역 본점에는 좌석이 20석 있는데, 하루에 110명이 찾는다. 대기 손님도 많고, 기다리다 못 먹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다른 날 예약을 걸어놓고 가기도 한다. 성수동 2호점은 36석인데, 아직 1호점보다 덜 알려져 있어 대기가 덜하다.”
―삼성물산에서 패션 마케터로 일했다. 그 경험이 식당 운영에 어떤 영향을 줬나.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보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브랜딩’을 하는 데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이 가게를 브랜드화해 상품성을 더하는 것이 마케터 출신 장사꾼의 능력이 아닐까. 음식에 먹는 즐거움 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궁리를 한다.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화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음식 레시피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가.
“그렇다. 어머니가 가게로 가끔 와서 맛을 봐주고, 맛이 바뀌었다 싶으면 이를 잡아준다. 간장도 직접 담그고, 게도 품질 좋은 것으로 엄선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게는 비쌀 때는 1㎏에 5만원이 넘어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품질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새우장에서 가장 먼저 변질되는 부분이 머리와 내장인데, 이를 직원들이 하나하나 떼어내 손님들에게 내어준다. 그러다보니 인건비가 많이 드는 편이다.”
―매장이 결벽적으로 깔끔하다.
“최대한 매장에 오래 상주하려 노력하고, 직접 청결을 챙긴다. 직원들에게도 ‘가족들이 와서 먹는 곳이라고 생각하라’고 잔소리한다. 외식할 때 가끔 그릇에 고춧가루가 묻어있는 경우도 있지 않나. 저는 그런 것에 정말 많이 예민하다. 손님 앞에 상을 내어가기 전에 주방에서, 홀에서, 가져다 드리면서 계속해서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한다.”
―가게에 와인장이 있다. 와인과 간장게장이 잘 어울리나.
“간장게장은 화이트 쇼비뇽 블랑과 잘 어울린다.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간장게장에 와인을 즐긴다. 제가 직접 먹어보고, 대중적으로 잘 아는 제품 중 게장과 잘 맞는 제품을 가게에 구비해둔다.”
◇방건혁 대표는
▲영국 런던예술대학교 패션 경영학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패션 부문 마케팅팀 과장 ▲게방식당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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