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채 출신 부회장...'성과주의' 내건 CJ
지난해보다 4개월 가까이 늦은 임원인사를 단행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메시지는 '성과주의'로 요약된다. 성과를 끌어올린 계열사에는 과감한 승진 인사를 내고, 기대에 못 미친 계열사엔 수장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면서도 예년보다 적은 인사 폭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안정 속 쇄신'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CJ그룹의 인사는 주력 계열사의 관점으로 보면 변화 폭이 작지 않다. 그룹의 모태가 되는 CJ제일제당의 수장 교체가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 지난해 전년대비 영업이익 16%를 끌어올린 CJ대한통운의 강신호 대표가 모회사인 CJ제일제당의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강 대표는 부회장으로도 승진한다. 그룹 공채 출신으로는 첫 부회장 승진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 4802억원을 기록한 공로를 인정한 인사다. 1988년 공채로 입사한 강 대표는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이사를 지낸 경험까지 있어 위기의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는다.
강 대표가 4년 만에 CJ제일제당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공백은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이어받는다. 한국사업부문은 신규 브랜드 '오네(O-NE)'의 성공과 알리 익스프레스 독점 효과가 맞물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반면 CJ제일제당의 최은석 대표이사는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35% 감소한 것이 인사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취임 후 2년간 최대 실적을 낸 공로를 고려하면 그룹 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지만 본인의 눈높이에 맞을지는 미지수다.
CJ그룹의 주력 3사 중 나머지 하나인 CJ ENM은 기존 체제를 유지한다. 2022년 10월 부임한 구창근 대표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CJ ENM은 지난해 조직을 정비하고 체질을 개선했지만 146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성과주의 메시지는 신규 임원 인사에도 드러난다. CJ그룹은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든 19명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는데 2015년 13명 이후 최소폭의 승진이다. 2022년 10월 단행한 2023년 신규 임원은 44명이었다.
신규 임원(경영리더)은 호실적을 낸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 집중됐다. CJ대한통운이 6명, CJ올리브영이 4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CJ올리브영 신규 임원 4명 중 3명은 1980년대생이다. 손모아(1987년생), 권가은(1986년생), 이민정(1981년생) 경영리더는 각각 CJ올리브영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3년만에 흑자로 전환한 CJ CGV에선 1990년대생 임원도 나왔다. 방준식 경영리더(1990년생)는 2022년 임원으로 승진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제외하면 1990년대생으론 처음으로 임원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1980·1990년대 생은 모두 7명이다.
여성 비율도 높아졌다. CJ올리브영 80년대생 3인에 CJ푸드빌 이효진 경영리더(1978년생)까지 4명이 여성이다. 승진 임원의 21%에 해당한다. 최근 2년간 인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16%였다.
반면 지주사인 CJ(주)는 지주사로 전환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임원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룹 전체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인재를 발탁하는 CJ그룹의 '하고잡이'(뭐든 하고싶어하는 사람) 인사 철학이 더 확고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인사에서 그룹 최연소 여성 CEO로 발탁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가 성과로 실력을 입증한 것이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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