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 시장 개막, '가격'만큼 '비가격' 챙겨야[우보세]

안정준 기자 2024. 2. 1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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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최저가 우선이며 비가격은 청정수소 등급 등 환경기여도에 따라 평가된다.

청정수소의 궁극적 지향점은 '무탄소 발전'이기에 평가 기준 중 비가격 부문에선 '탄소배출 제로'인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전체 평가 중 가격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린수소·암모니아가 전반적으로 불리한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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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에너지 산업의 미래가 설계되는 만큼 업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의 '수소발전 입찰시장 사업자 설명회'가 열린 지난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빈자리 없이 빼곡히 들어찬 설명회장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오는 6월 개설될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의 설계안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엔 정부의 에너지 전략이 담겼다. 지난해 원전 정책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한 정부는 올해 원전과 함께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 전력원을 조화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올해 에너지 정책의 상징 격이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이다. 올해 입찰 물량은 6500GWh다. 낙찰자에겐 발전소 건설기간 등 3년의 준비기간이 주어지고 계약 기간은 15년이다.

입찰 평가 기준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가격 60점', '비가격 40점' 비중으로 마련됐다. 가격은 최저가 우선이며 비가격은 청정수소 등급 등 환경기여도에 따라 평가된다. 가격과 비가격 합산 고득점 사업자 순으로 낙찰자가 결정되는데 가격 비중이 큰 만큼 아무래도 가격경쟁력이 높은 곳이 유리하다.

그런데 입찰에 도전할 참여자들의 발전 에너지원 성격은 제각각이다. 크게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만든 '그린수소'△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 제거한 '블루수소'△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한 '그린암모니아'△블루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한 '블루암모니아' 등으로 나뉜다. 수소혼소가 가능한 천연가스 및 석탄 발전도 참여 가능하다. 청정수소 산업이 개화기인 만큼 '청정수소'라는 개념 자체도 현 시점에선 상당히 포괄적인 때문이다.

청정수소의 궁극적 지향점은 '무탄소 발전'이기에 평가 기준 중 비가격 부문에선 '탄소배출 제로'인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가격에선 정 반대다.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는 아직 발전단가가 높아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특히 전체 평가 중 가격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린수소·암모니아가 전반적으로 불리한 구조인 셈이다.

곧 시장에 투입될 전력인 만큼 가격에 높은 가점을 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올해 입찰에 따른 계약이 15년간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게 꼭 당연한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수소와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관련 인프라 확대에 따라 그린수소 단가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현 시점에선 낮은 가격경쟁력이 15년 뒤에도 그럴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미국의 청정경쟁법 등 주요 수출시장의 탄소국경세 강화에 따른 중장기적 비용 부담까지 염두에 두면 올해 입찰은 당장의 가격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일 설명회에서 전력거래소 측은 시장 목적을 고려해 환경기여도 평가항목 배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등급의 수소를 들여올 사업자가 유리하도록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국가 에너지 산업의 미래가 설계되는 시작점인 만큼 균형잡힌 시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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