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푸틴 정적 의문사/이순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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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혀 온 알렉세이 나발니의 갑작스런 죽음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 돼 온 나발니는 지난 16일 수감 중이던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사했다고 전해졌다.
나발니는 2020년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20일간 의식을 잃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나는 등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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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혀 온 알렉세이 나발니의 갑작스런 죽음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 돼 온 나발니는 지난 16일 수감 중이던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사했다고 전해졌다. 교도소 당국은 “산책 후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며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족들은 당국이 시신을 보여 주지 않은 채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사인에 대한 의문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나발니는 2020년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20일간 의식을 잃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나는 등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도 망명하거나 해외에 머물지 않고 고국으로 돌아와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감옥에 수감됐다. 그런 그가 러시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사망하면서 푸틴을 배후로 의심하는 암살설이 확산되고 있다.
푸틴에 맞섰던 정적들의 의문사 의혹은 역사가 깊다. 2006년 영국에서 발생한 ‘홍차 독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전 동료가 전해 준 홍차를 마시고 숨진 사건으로, 찻잔에서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돼 러시아 당국 연루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5년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과 지난해 8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한 사고도 충격과 더불어 강한 의구심을 불렀다.
가차없는 정적 제거로 철권통치, 공포정치를 자행한 스탈린은 “죽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사람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내가 죽었을 때 남길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발니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부문을 수상한 영화 ‘나발니’에서 “만약 당신이 살해당한다면 러시아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겠느냐”는 감독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언제든 살해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순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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