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사외이사 새바람… 교수→외국 빅테크·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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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출신의 외국 기업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거나 여성 사외이사를 늘려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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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여성 사외이사 비율 60%
‘거수기’ 탈피, 전문·다양성 확보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출신의 외국 기업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거나 여성 사외이사를 늘려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교수, 관료, 법조인 출신으로 사외이사진을 꾸리는 현실에서 이러한 실험이 견제 능력을 잃어 ‘거수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사외이사 제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키스 위텍(57)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위텍 COO는 반도체 기업 AMD, 테슬라, 구글 등을 거치며 AI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게 추천 사유다.
기아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이인경(56) MBK파트너스 부사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고 했다. 다음달 15일 주총에서 이 부사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기아의 여성 사외이사는 3명으로 늘어나 현대차그룹에선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60%)이 50%를 넘는다.
서울신문이 주요 3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의 사외이사 현황(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을 살펴보니 교수가 67명으로 가장 많았고, 관료 출신이 2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업인과 금융인은 각각 17명이었다. 교수, 금융인 중에선 한 사람이 기업 두 곳에서 사외이사를 맡은 경우도 있었다.
3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아예 없는 곳은 4곳으로 네이버와 에코프로그룹 ‘3인방’(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다. 이에 반해 KB금융, 카카오, SK이노베이션은 여성 사외이사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카카오의 경우 1990년생 여성 사외이사(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교수)도 있다.
사외이사 다양성은 기업에 여러 목소리를 전달하고 내부와는 다른 관점으로 업무 감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지배구조 선진화로 기업 가치를 장기적으로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후진성을 못 벗어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인력 풀이 작고 규제가 많은 것도 교수, 관료 중심의 사외이사 제도가 고착화된 이유로 지목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지낸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룹 중심의 국내 기업 특성상 퇴직 임원이 다른 그룹에 속한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 게 쉽지 않았다”며 “이제는 이런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고 외국계 기업 출신의 경영자도 늘고 있어 (사외이사) 공급 측면에서의 부족 현상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험이 많은 사외이사를 영입하더라도 기업이 열린 자세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제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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