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달걀 가격 결정 구조 개선”…생산자 “기준 없어져 혼란”

이민우 기자 2024. 2.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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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산지가격 발표 ‘축평원’으로 일원화 추진
조사 대상 늘리고 권역별 공표
불공정 관행 근절·정확성 확보
농가 “유통협상때 근거 사라져”
유통인 “표본 조사 신뢰성 의문”
정부가 달걀 산지가격 발표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여주의 한 달걀유통센터(GP)에서 적재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농민신문DB

정부가 현재 생산자단체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여러 기관·단체가 발표하는 달걀 산지가격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를 개선해 사후정산 거래(후장기 거래) 등 불공정한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목적이다. 생산자와 유통인들은 정부의 개선 의지에 공감하면서도 급작스러운 가격 체계 변경에 따른 혼란을 우려한다.

정부, 달걀 산지가격 발표주체 일원화 추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축평원은 1월 중순 대한산란계협회·한국계란산업협회·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등 주요 단체들과 회의를 열고 달걀 산지가격 조사·발표 방식 개선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농식품부·축평원은 ‘2024년도 달걀 산지가격 권역별 발표 추진계획’을 공유하고, 달갈 산지가격 조사 방식과 유통구조 개선책의 필요성을 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계획은 현재 대한산란계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축평원으로 이원화된 달걀 산지가격 발표 기능을 3월부터 축평원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축평원의 달걀 산지가격 조사 대상을 크게 확대해 정확성과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축평원은 달걀유통센터(GP)와 산란계농가들을 대상으로 산지 거래가격을 조사한 뒤 전국 평균가격을 등급별(왕·특·대·중·소)로 발표하고 있다.

이같은 산지가격 발표 방식을 개선해 앞으로는 권역별로 거래가격을 공표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이를 위해 매입·매출 가격이 일치하는 GP와 지역 거래농가를 표본으로 지정해 정확성을 높이고, 표본수도 기존 99곳에서 135곳 이상으로 확대해 관측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사후정산 거래 등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특정 이해관계와 얽히지 않은 올바른 가격 발표 방식을 제시한 것”이라며 “3월부터 가격 조사방식은 개선되지만 아직 업계와 협의 중이기 때문에 발표 일원화 개시 시점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달걀 산지가격 구조 불투명성 심각”=정부가 달걀 산지가격 발표를 축평원 중심으로 일원화하려는 것은 생산자단체가 고시하는 산지가격의 결정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생산자단체가 발표하는 산지가격은 지역별 난가 조사위원들이 농가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 유통상황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공급량이 증가해 산지에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이에 맞춰 고시가격을 내리는 식이다.

단순 실거래가격이 아닌 수급 상황에 따른 가치 변동분까지 일부 포함한 것으로, 농가 입장에서는 유통인들과 거래할 때 일종의 ‘기준가격’ 역할을 해왔다.

이는 사후정산 거래가 일반화한 현 달걀 유통구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부분 농가는 ‘식용란수집판매업자’ 등 유통인들과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량·규격이 명시된 거래명세표를 주고받는 형태로 거래한다.

이후 유통인들은 납품가격과 유통비용 변동을 고려해 월 단위로 농가에 사후정산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자단체의 고시가격이 가격 협상의 기준점으로 활용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달갈 거래 때 유통인들이 생산자단체 고시가격을 기준 삼아 가격 할인(DC) 등을 적용해 생산자와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의 원인으로 불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를 지적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가격 체계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생산자·유통인 “기준가격 없어지면 혼란”=생산자들은 정부 방침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 정착이라는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기준가격이 사라진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이천의 한 산란계농가는 “기존 고시가격은 실거래가격뿐 아니라 유통 전반의 흐름을 상세히 조사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했던 것”이라며 “단순 전일 실거래가격을 집계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생산자들이 유통인과 협상할 때 근거로 제시할 기준이 사라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통인들 또한 그동안 수십년간 생산자들과 유통업체 간 쌓아온 가격 체계가 일시에 무너진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을 염려했다. 특히 가격 산출의 신뢰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한국계란산업협회 관계자는 “전수 조사가 아닌 표본 조사로 가격을 파악하면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GP 등 거래규모가 큰 특정 주체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강해지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이 나타날 수 있어 유통인들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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