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혜성처럼 등장한 청순의 아이콘

강수지 ‘보라빛 향기’

강수지는 1집 ‘보라빛 향기’를 발매하며 청순한 외모와 음악성을 겸비한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2024년 케이팝(K-pop)시장을 보면 걸그룹이 활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방탄소년단(BTS)의 공백을 여성들이 채우고 있다.

가요 100년사에서 보면 시대별로 돌풍을 일으켰던 여성 가수가 있다. 그중 1990년대 들어 시대가 바뀌었음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 가수가 바로 강수지였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미국 동부지역 예선에서 입상하면서 가요계에 입문했다.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음반을 발표할 수 있었다.

강수지는 1990년 ‘보라빛 향기’를 발표하며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가 남달랐던 이유는 청순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과거 여가수들은 짙게 화장을 하거나, 나이가 어릴 경우 성숙하게 보이도록 꾸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강수지는 달랐다. 그는 서양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귀족처럼 모자를 쓰고 하얀 장갑을 끼고 긴 치마를 입고 때 묻지 않은 백색의 순수와 청순함으로 뭇 남성을 설레게 했다.

노래 ‘보라빛 향기’의 가사 또한 막 사랑이 시작되는 설레는 감정을 묘사한 것이기에 남성들을 저격하기에 충분했다.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예쁜 두눈에 향기가 어려 잊을 수가 없었네/ 언제나 우리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얘기들을 만들어가요/ 외로움이 다가와도 그대 슬퍼하지 마/ 답답한 내 맘이 더 아파오잖아/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대 나에게 사랑을 건네준 사람.”

강수지는 외모만큼이나 음악 실력도 뛰어났다. ‘보라빛 향기’ 작사를 맡았고 그 외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1집 수록곡 ‘친구에게’를 직접 작사·작곡했다.

이 외에도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흩어진 나날들’과 ‘시간속의 향기’의 노랫말을 썼다.

강수지 열풍은 청순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비슷한 이미지의 신인 하수빈이 ‘노노노노노’를 부르며 등장한 것이다. 당시 청순함은 한국 젊은이들을 강타한 트렌드였다.

강수지의 가수생활을 돌이켜보면 그는 연예계에서 스타 이미지가 인기에 중요한 요소임을 한국 사회에 인식시킨 초기의 가수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실력을 키우며 한국 가요계에 데뷔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새가 날갯짓하듯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의 여조삭비(如鳥數飛)는 아마도 강수지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