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촌 실상에 맞는 육아지원책 필요

관리자 2024. 2.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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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어디에서 옮아왔는지 남편과 아이들이 A형 독감에 걸려 차례대로 고열과 구토·오한·식은땀을 흘리면서 평화롭던 나의 일상이 초토화되었다.

노지에 심을 유기농 브로콜리 씨앗은 이미 파종을 해두어 발아가 시작되었고, 세 아이 가운데 유일하게 A형 독감 바이러스가 피해 간 첫째의 방학 일정도 이제 막 적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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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어디에서 옮아왔는지 남편과 아이들이 A형 독감에 걸려 차례대로 고열과 구토·오한·식은땀을 흘리면서 평화롭던 나의 일상이 초토화되었다. 노지에 심을 유기농 브로콜리 씨앗은 이미 파종을 해두어 발아가 시작되었고, 세 아이 가운데 유일하게 A형 독감 바이러스가 피해 간 첫째의 방학 일정도 이제 막 적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시간마다 꼼꼼히 온도를 확인해야 하는 모종과 집안 한공간에서 격리하고 있는 남편과 두 아이 병간호에 첫째 아이 돌보기까지, 일주일 동안 정말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분주한 날들을 보냈다. 그 일주일간 매일의 일과 가운데 육묘장에 들러 발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 정도로 집 안팎에서 고군분투했었다.

드디어 남편과 두 아이가 독감 음성 판정을 받고서 겨우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나 또한 끔찍한 두통과 함께 오한이 시작되었다. 독감 바이러스의 마지막 목표는 결국 내가 되었고, 독감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남편에게 모든 일을 다 맡길 수도, 그렇다고 내가 직접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지역에 다른 가족도 없어 몸이 아프거나 사고가 나도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당해야 하는 우리 부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현실에 맞닥뜨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에 일어난 일들이라서 말이다. 만약 날이 풀려 땅이 모두 녹아 농사철이 시작됐더라면 한해 농사의 시작부터 우리 부부는 녹초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농사일을 함께 하면서 여전히 가사와 육아를 주로 맡아 하는 여성농민들은 농업과 가정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에 매우 유연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여성농민은 워킹맘(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이라고 하기에도, 재택근무자라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전업주부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직업군이다.

한편 2022년 0.78명이었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과 저출산의 공포가 무색하게도 나를 포함해 내 주변 여성농민들의 합계출산율은 2명은 족히 되어 보인다. 가임인구가 도시지역에 몰려 있어서 그렇지, 품앗이하는 농가가 몇가정만 모여도 지방소멸위기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농사일과 가사와 육아, 모든 것에 능통해야만 하는 여성농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농촌의 실상에 맞는 유연한 육아지원정책이다.

지난해 여름 두달 동안에만 농어촌지역의 ‘농어촌 육아정책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4개 기관·단체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이번 칼럼에서 상술한 것처럼 여성농민 입장에서 유연한 육아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하게 밝혔다. 그 후로 해가 바뀌고 설 명절도 끝났다. 이제 곧 신학기인데, 아직까지 기대하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꾸준히 대두되었던 저출산과 지방소멸위기, 두 과제에 모두 맞물려 있는 농어촌지역의 육아지원정책. 올해가 끝나기 전에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란다.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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