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정원 늘린다고 파업하는 유일한 나라, 한국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대형 병원들이 이에 대비해 수술과 입원 일정 조정에 들어가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는 없지만 16일 오후 기준 23개 병원에서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전공의들은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며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는데 이들이 실제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수술 등 진료 차질로 환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각종 통계와 환자들의 체감을 고려할 때 굳이 논의가 필요 없을 만큼 명확한 사실이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OECD 평균은 3.7명이다. 그런데도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3058명 수준으로 동결됐다. 2020년 등 정부가 의대 증원을 시도할 때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의료 인력 확대를 막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 수를 늘리는 추세다. 독일은 공립 의대 정원이 9000명이 넘지만 1만5000명가량으로 늘리기로 했고 영국도 8639명을 뽑지만 2031년까지 1만5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간 의사 수가 4만3000명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파업에 나서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의사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의사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는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의사가 부족한 현실은 누구보다 현장 의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지역·필수 의료가 위기에 처했고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일하고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전제로 돈을 더 벌겠다는 발상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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