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만들자” 33개 학술단체 나섰다

전남혁 기자 2024. 2.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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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이후 30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놓인 '국립자연사과학관(박물관)' 건립 도전이 재개됐다.

미국 워싱턴의 주요 관광 명소이자 연구 기반으로 꼽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한국판 박물관이 건립될 수 있을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1억4500만 점을 전시해 매년 약 390만 명(2022년 기준)이 찾는 관광 명소이자 자연사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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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과학관, 외환위기로 중단
OECD國중 한국만 유일하게 없어
여야에 총선 공약 추진 건의문 발송
美-英 박물관 연 300만명 넘게 찾아…“자연사 연구 지휘할 국가기관 필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사진 출처 스미스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김영삼 정부 이후 30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놓인 ‘국립자연사과학관(박물관)’ 건립 도전이 재개됐다. 미국 워싱턴의 주요 관광 명소이자 연구 기반으로 꼽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한국판 박물관이 건립될 수 있을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한국생물과학협회를 비롯한 33개 자연과학 관련 학술단체는 최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에 국립자연사과학관 건립을 총선 정책 공약으로 추진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의문을 발송했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고생물, 지질, 환경, 우주천체 등 자연 전반의 역사를 망라한 전시관을 뜻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인류 문명의 역사를 연구하고 전시한다면,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자연 진화의 역사를 담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국립자연사박물관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1억4500만 점을 전시해 매년 약 390만 명(2022년 기준)이 찾는 관광 명소이자 자연사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도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한국도 국가를 대표하는 ‘자연과학 역사의 얼굴’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33개 학술단체는 건의문에서 “자연사에 관련된 다양한 국가과학기술 분야 발전을 견인하고, 관련 과학지식을 확산시키는 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가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나섰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해 자연사과학관 건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까지 자연사과학관 건립 관련 세부 계획을 담은 추가 용역을 진행한 뒤 2026년경 예비타당성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과거 자연사박물관 설립이 처음 추진된 때는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5년이다. 당시 건립추진위가 구성됐지만 외환위기 이후 중단됐으며 200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1년 세종시 ‘국립박물관단지’ 조성 사업에서도 최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다 보니 현재 자연과학 분야의 박물관은 지방자치단체, 대학별로 운영돼 규모와 인력이 영세한 실정이다. 한 수도권 대학 자연사박물관 관계자는 “현재 관리 인력이 학예사 등 무기계약직 3명뿐이라 주요 과학적 사실이 바뀌었음에도 이를 전시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구 활동은 꿈도 못 꾼다. 박물관 유지 관리만 해도 벅차다”고 말했다.

자연사 연구도 환경부, 해양수산부, 과기정통부 등으로 파편화돼 있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정구 고생물학회장은 “현재 고생물 연구는 교수들이 각자 연구비를 받아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교수들이 정년퇴임을 할 경우 연구 결과가 흐지부지 없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장은 “국립중앙과학관의 자연사 연구 인력도 4∼5명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파편화되어 있는 자연사 기초과학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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