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돈 많이 가져다주는 家長, 트럼프
최근 만난 뉴욕의 한국계 미국인 공직자는 “가끔 한국 언론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기사를 보면 의아할 때가 있다”고 했다. 한때 한국 언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웅을 겨루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현지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르다는 얘기였다. 그는 “바른말을 하지만 평범한 가장과 행동은 엉망이라도 집에 돈을 많이 가져다주는 아버지 중 하나를 고르라면 누구를 택하겠느냐”면서 “공화당 내 트럼프 인기는 압도적”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말은 괴팍하지만 종종 미국인들의 속마음을 대변하곤 한다. 지난 10일 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도중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 나토 동맹국에 대해선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도 방어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말에 대해 “멍청하고, 부끄러우며, 위험하고, 미국답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적어도 현장에 모인 미국인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환호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장면을 두고 “대부분의 미국인은 여전히 나토와의 동맹을 지지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에게 치명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사법 리스크도 아직까지 영향이 미미하다. 유죄가 인정되고 천문학적인 벌금이 부과되더라도 출마를 막을 수 없다.
반면 바이든은 ‘나이’와의 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다. 최근 그에게 비수를 꽂는 일도 벌어졌다.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수사한 연방 특별검사가 바이든을 고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보고서에 그를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바이든에게 ‘코미 모멘트(comey moment)’가 왔다”는 해석도 있다. ‘코미 모멘트’는 2016년 대선 때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이 대선 11일을 남긴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유출 의혹’ 재수사에 착수했다가 9일 만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사건이다. 힐러리는 이때 기소되지 않았지만, 치명타를 입고 결국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졌다.
미국에 와보니 한국의 대미(對美) 의존도는 생각보다 높다는 걸 느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를 통과시키려 해도 미국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수출 중심 한국의 지난해 말 대미 수출액은 대중 수출액을 넘어섰다. 한국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언제 낮추는지 들으려고 새벽잠을 설치고 연준 의장의 발표를 주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변칙 기술을 사용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또다시 한국은 의지와 상관없이 격랑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계산기를 두들겨 바이든 정부 때보다 훨씬 길어진 청구서를 들이밀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이런 흐름에 꼼꼼히 대비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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