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로봇’ 삼키니 몸 구석구석 돌며 건강검진...내시경이 필요 없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프랑스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다쏘시스템의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4′. 이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미국 의료 기기 스타트업 엔디앳엑스(Endiatx)의 진단 로봇 ‘필봇(Pillbot)’이었다. 알약 크기에 불과한 필봇을 이용자가 삼키면, 체내에 들어간 필봇이 소화관을 따라 움직이며 촬영하고 건강검진을 해준다. 병원을 찾아 오랜 기간 진료를 기다리고 여러 종류의 내시경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초기 버전의 필봇은 축구공 크기여서 몸에 들어갈 수 없었다. 크기를 줄이는 데 사용된 기술이 바로 다쏘시스템의 ‘디지털 트윈’이다. 가상 공간에 필봇과 인체 내부를 구현한 뒤, 프로펠러와 카메라 등의 위치를 조정하고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크기를 90% 이상 줄였다. 업체 측은 “현재는 30mm 길이의 알약 안에 모터, 카메라, 배터리 등이 모두 들어있다”고 했다.
올해 3D익스피리언스월드 행사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산업 현장 전반에 녹아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세계의 물건을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이다. 물건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기에 앞서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행착오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쏘시스템은 이 개념을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까지 재현하는 ‘버추얼 트윈’으로 확장했다. 그 덕분에 기존에는 차량이나 선박 등 대규모 제조업에 주로 사용된 디지털 트윈이 최근에는 정밀함이 필요한 헬스케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 이식·약물 투입까지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기술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헬스케어 분야다. 다쏘시스템은 인간의 장기와 세포를 디지털상에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가상 공간에 구현된 인간의 심장·뇌가 전기나 혈액 흐름 등에 반응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장기를 자르고 이식하거나 약물을 투입했을 때 어떤 반응이나 결과가 나오는지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서는 센서로 이용자들의 심박수 등 건강 정보를 모아 맞춤형 가상 인간을 만들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어떤 음식과 약을 먹어야 하는지 예측·제안해 주는 기술도 선보였다. 현재 다쏘시스템의 디지털 트윈 심장과 뇌는 북미·유럽의 일선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반도체 설계 영역에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활용된다.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업체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반도체 설계에 소요되는 시간을 5분의 1로 줄였다. 가상 공간에서 미리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작하면서 기판 구조, 회로 배치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케이던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RM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업체와 협업하는 설계 자산(IP) 업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회로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AI 열풍이 반도체 수요를 높이면서, 반도체 업계는 정확도와 속도라는 두 측면을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트윈의 시뮬레이션 기능이 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는 가상 도시 운영
국내 업체 중에서는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 기술로 ‘가상 도시’를 설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르면 올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도시 5곳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한다. 가상 도시를 통해 도시 계획이나 홍수 예측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사업을 따낸 것이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는 네이버의 AI, 증강 현실(AR), 로보틱스, 자율 주행 등의 기술이 집약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5G 통신, AI의 발전으로 실시간 통신과 연산 능력 등이 크게 개선되면서 디지털 트윈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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