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조 프로젝트, 코드명 ‘이자나기’... ‘AI 패권’ 전쟁, 손정의도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AI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픈AI에 이어 소프트뱅크도 대규모 투자를 모색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AI발(發) ‘쩐의 전쟁’이 예고된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 시각)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AI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1000억달러(약 13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성공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챗GPT 등장 이래 AI 분야에서 가장 큰 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엔비디아의 ‘철옹성’을 깨기 위해 나선 것이다.
◇코드명 ‘이자나기’
손 회장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이자나기(Izanagi)’라는 코드명으로 불린다. 이자나기는 일본에서 ‘창조와 생명의 신’으로, 손 회장은 마지막 세 글자에 모든 곳에 쓸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손 회장은 10년 안에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GI가 등장할 것이라 예측하면서 “AGI는 앞으로 10~20년 후 모든 산업에서 인류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이자나기 프로젝트에 300억달러를 투입하고 나머지 700억달러는 중동의 ‘오일 머니’를 통해 투자받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소프트뱅크가 지분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지원하면서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AI 반도체 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어떤 기업이 이자나기 프로젝트의 중심 역할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망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 회장이 준비하고 있는 자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투자한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위워크, 원웹 등 투자에서 잇따른 실패를 맛본 손 회장은 최근 투자 승부처를 AI 분야로 전환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같은 기존 투자처 지분을 정리하면서 이 자금을 AI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제국 건설 나선 샘 올트먼
손 회장의 가장 큰 경쟁자는 챗GPT로 생성형AI 시대를 연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될 가능성이 높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이 AI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를 얻기 위해 유력 국회의원 등 정부 관계자들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올트먼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 장관을 만나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올트먼이 정부와 정치권 설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의 AI 반도체 프로젝트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앞세운 바이든 정부의 방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올트먼은 최대 7조달러라는 천문학적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중동·아시아 등 글로벌 투자 큰손들을 만나고 있고, 향후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는 “올트먼의 구상은 국가 안보 위협 또는 반독점법 위반 등의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며 “미 정부의 승인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오픈AI의 가장 큰 무기는 AI 업계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영향력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 오픈AI는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거래 협상을 마무리 지었고, 800억달러(약 106조84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했을 때만 해도 기업 가치가 290억달러 규모였는데 10개월 만에 3배 가까이로 폭등한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올트먼의 공격적인 행보에 힘입어 오픈AI는 단숨에 중국 바이트댄스(기업가치 2250억달러)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1500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가치 있는 비상장 기업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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