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폐교 활용해 소년보호시설 만들자
얼마 전 신문에 ‘학생 수 줄자 고양이 보호시설로 바뀐 초등학교’ 기사가 나왔다. 학령 인구 감소로 전국에 폐교가 증가하자 시·도교육청의 활용법이 진화하고 있는데,그 중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호하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길고양이를 위한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반갑기는 했지만, 가정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폐교를 활용해 부산에 보호소년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려고 노력했음에도 결실을 맺지 못한 과정이 생각나 우리사회가 애완동물에게 주는 만큼이라도 보호소년들에게 관심과 예산을 줄 수 없는가 하는 회한도 들었다.
현재 부산가정법원에서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에 대해 소년보호시설(소년법상 6호 시설)에 보호를 위탁하는 처분을 할 경우, 이 아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멀리 대전이나 서울에 있는 보호시설에 보내야 하는데,그 곳은 그 지역 아이들 수용이 먼저여서 소년 재판 판사님이 결정을 하기 전에 보호시설에 전화를 해서 부산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지, 지금 당장 안된다면 언제쯤 자리가 나는지 확인을 하고 결정을 하는 실정이다. 만일 자리가 없다면 더 형이 무거운 소년원에 가든지 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 대전의 소년보호시설인 효광원을 가보니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직업훈련등 나름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있어 부산에도 이런 시설이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부산에는 없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려면 옆집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도 있지만 보호시설에서 제대로 교육할 필요도 있다.
보호시설 등을 방문했을 때의 몇몇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임신한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을 때, 정신 질환이 있는 아이들이 좁은 철창 안 독방에 갇혀 있는데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호소년이 많이 가는 부산 어느 고등학교의 불 꺼진 교실에서 엎드려 잠을 자는 아이의 무기력함이 느껴질 때, 1970년대 시설처럼 낡아서 교육청에서 지원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사립이라서 지원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안 가정에서 비행청소년들과 같이 먹고 자는 보호자의 고단함을 느꼈을 때, 몸집이 큰 남자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무료함 속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제공할 수는 없는지,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대학을 가는 아이도 많지만 대학을 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가정이 없는 아이도 많은데, 어떤 아이에게는 대안가정이 필요하고, 어떤 아이에게는 먹고 자면서 공부를 할 보호시설이 필요하다. 소년원에 가야 할 아이들도 있지만 소년원이 아닌 보호시설에서 교육받고 지도받아야 할 아이들도 있다.
마침 부산과 울산 교육청에서는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영재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도 필요하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도 절실하다. 이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일부 자원봉사자에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서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에서 대안학교를 하나 만들려고 해도 주변 주민의 반발이 많아 힘들다고 하는데, 힘들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아이들이 없어진 폐교를 활용해 고양이를 보살피듯,정책적으로 폐교를 활용해 소년보호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욕도 먹고 눈치도 보는 아이들이지만 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따뜻한 가정이 없다면 학교 기숙사에서 먹고 잘 수 있도록 지원도 필요하다. 그리고 전국의 보호시설에서 아이들 교육 과정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이들의 잘못을 너그러이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부 소속 직원의 잘못을 보호시설 전체 잘못으로 폄훼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들 보호시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명감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자부하는,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부산에도 소년보호시설이 설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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