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글로벌 선사 동맹 재편과 동남아 주요 환적항만
지난 달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5위 독일 하팍로이드가 결성을 발표한 새로운 운항동맹(Gemini Alliance)으로 국내외 해운항만 업계는 분주한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해 1월 머스크와 세계 1위 선사인 스위스 MSC의 운항동맹(2M) 종료 계획 발표 이후 다시 시끄러운 한 해의 시작이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운항동맹 재편에 아시아 주요 환적 항만들의 입장 또한 상이하다. 부산항은 지리적 이점과 안정적인 항만 운영으로 Gemini Alliance의 동북아 환적 거점으로의 역할을 지속 수행할 예정이지만 홍콩항과 말레이시아 포트 클랑항은 Gemini Alliance의 기항 항만에서 제외됐다. 머스크가 지분 투자한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은 Gemini Alliance의 동남아 환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인접한 싱가포르항은 일부 물동량의 이탈이 예상된다.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14%를 처리하는 지역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위치한 말라카 해협은 세계 환적 화물의 약 28%가 집중되어 있어 각각 1위 및 3위, 4위 환적항만인 싱가포르, 탄중 펠레파스, 포트 클랑이 화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환적 비중이 86%로 지난해 약 3900만 TEU의 화물을 처리한 싱가포르항은 모든 컨테이너 터미널이 국영기업인 PSA Singapore의 관리 아래 독특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운영된다.
PSA는 컨테이너 터미널의 운영권을 100% 보유하지만, 주요 선사와 합작한 Joint Venture Terminal을 설립해 선석을 우선 배정하고 하역료 수익도 배분한다. 지분 참여방식으로 집토끼(선사)를 확보해 항만의 안정적인 성장을 견인하는데 PSA와 합작법인을 설립하지 못한 선사는 항만 이용에 일부 제약이 생긴다. 글로벌 선사 중 PSA와 합작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머스크, 하팍로이드, 대만 에버그린 및 완하이 등이 싱가포르가 아닌 인근 경쟁 항만을 환적 거점으로 이용할 요인이 생기는 이유다.
싱가포르 서쪽 35km에 위치한 탄중 펠레파스항은 1990년대에는 한가한 어촌에 불과했는데 말레이시아 정부는 싱가포르 환적화물의 자국 유치를 위해 말레이시아 항만기업 MMC와 머스크의 합작법인에게 항만 운영권을 부여했다. 탄중 펠레파스항은 부산항에 이어 세계 3위 환적항만으로 환적화물 비중이 95%에 달한다. 싱가포르, 포트 클랑과 달리 기항선사 및 서비스 수가 많지 않으나 관계사인 머스크 및 PSA와 합작법인을 운영하지 않는 에버그린 등 2개 선사를 집중 유치해 수출입 화물 없이 환적으로만 1000만TEU의 물동량을 창출한다. 포트 클랑은 말레이시아 수도의 관문항으로 3개 항만 중 수출입 화물비중이 가장 높다. 환적 비중은 57% 수준으로 부산항과 비슷한데 프랑스 CMA-CGM과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이 결성한 운항동맹인 Ocean Alliance와 국적선사인 고려해운 등이 싱가포르항 대비 저렴한 하역료 등을 이유로 동남아 환적 거점으로 이용 중이다. 싱가포르와 탄중 펠레파스는 주요 선사와 합작 등 선사 지분 참여로 화물 유치에 전념하고 있으며, 포트 클랑은 저렴한 하역료, 배후 수출입 화물, 특정 선사 대상 다양한 혜택 제공으로 동남아 환적 거점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Gemini Alliance를 시작으로 하는 운항동맹 재편에도 부산항은 동북아 주요 환적 거점으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 터미널 운영에 이미 지분 참여한 MSC와 CMA-CGM, HMM 등 글로벌 선사들이 주요 운항동맹에 소속되어 있고, 연간 1천만TEU 규모의 수출입 화물, 지리적 장점과 항만 운영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선사들이 부산항을 지속 기항할 요인은 충분하다.
다만,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결성한 Gemini Alliance가 탄중 펠레파스항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새로 결성되는 운항동맹이 환적 거점을 별도 확보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글로벌 선사들의 동향 파악과 탄탄한 협력 관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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